
세월호 사고 당시 구조됐으나 이송이 지연돼 사망한 희생자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2심도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5-2부(재판장 염기창)는 20일 고(故) 임경빈 군의 유족 2명이 국가와 해경 지휘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와 피고 대한민국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앞서 1심은 국가가 유족들에게 각각 1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망인이 구조된 이후 적절한 응급조치와 신속한 후송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유족들은 망인의 생존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국가는 이에 대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공무원 개인에 대한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1심은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김수현 전 서해해경청장,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 이재두 전 3009함장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무원이 공무수행 과정에서 위법행위로 손해를 입힌 경우, 개인이 배상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중대한 과실’이 있어야 한다”며 “공무원의 중과실은 약간의 주의만 기울여도 발생하지 않을 일을 저지른 경우로 사실상 고의에 가까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기준에 따라 당시 정황상 망인의 소생 가능성이 현저히 낮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해경 지휘부가 고의적으로 주의 의무를 저버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선고 직후 “세월호 참사 유족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며 이 판결을 마친다”며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 기관들이 각 단계에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 주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군은 2014년 4월 16일 오후 5시 24분경 해경 단정에 의해 발견돼 3009함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김 전 해경청장과 김 전 서해해경청장이 헬기를 타고 이함 하면서 병원 이송의 ‘골든타임’을 놓쳤고, 결국 같은 날 오후 10시 5분경 목포 한국병원에 도착했으나 끝내 숨졌다. 이에 임 군의 유족은 당시 해경 지휘부가 임 군을 신속하게 병원으로 후송하려는 조치가 미흡했다고 주장하며 2022년 8월 2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