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양대학교 ERICA 창업지원단에서 출발한 기술 기반 창업기업 에스지랩(SG LAB)은 '인공지능(AI) 융합 지능형 골프클럽(G-GRIP/지그립)' 기술로 2년 연속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손과 클럽 사이의 데이터를 클럽 내부에서 직접 읽는 방식은 기존 카메라·웨어러블 중심 기술과 전혀 다른 접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창업자인 조에디 대표가 PGA 프로 출신으로서 쌓아온 투어 경험과 스윙 이해도가 기술 개발의 핵심적 토대가 됐다. ERICA 창업지원단과 강소연구개발특구의 지원을 기반으로 기술을 다져온 에스지랩의 개발 과정과 비전을 창업자인 조에디 대표에게 들어봤다.
-아이디어가 시작된 배경은.
▲선수와 아마추어를 지도하면서 골프가 눈과 감각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라는 점이 한계로 다가왔다. 아마추어는 고가 장비를 쓰기 어렵고, 프로 선수도 스튜디오 분석을 받아도 손의 압력이나 릴리스 타이밍 등 핵심 정보를 얻지 못한다. 연습장과 필드의 퍼포먼스가 다른 이유는 결국 필드 데이터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클럽 자체가 데이터를 읽어야 한다는 결론에 내렸고, '그립 내부 센싱'이라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지그립의 핵심 콘셉트는 '지능이 클럽 안에 들어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를 축적할수록 사용자의 스윙 패턴을 학습해 맞춤형 피드백을 생성하는 구조를 갖췄다.
-지그립의 핵심 기술에 대해 소개한다면.
▲클럽 내부에서 직접 계측하는 고정밀 스윙 분석 성능을 꼽는다. 클럽 안에 내장된 센서가 스윙 궤도와 릴리스 타이밍을 ±1.5° 수준으로 분석한다. 미세 신호를 읽는 센서 융합구조는 스윙 한 번당 3000~6000개의 압력·가속도·토크 등 데이터를 읽어낸다. 이를 통합해 손과 클럽이 만드는 힘의 흐름을 정밀하게 시각화한다. 모든 신호를 클럽 내부에서 즉시 판단하는 온디바이스 AI 프로세서는 1.5초 이내로 피드백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한 번의 스윙으로 그립 악력부터 스윙궤도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스윙을 분석할 수 있다.
-베타테스트 등 개발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점은.
▲프로 골퍼들은 새로운 형태의 데이터라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아마추어는 공을 못 맞히는 이유를 처음으로 이해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궤도가 문제라고 생각한 한 사용자는 페이스 각도와 손의 압력 흐름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나 실력이 향상된 경우도 있었다.
-2년 연속 CES 혁신상을 수상했는데.
▲스타트업은 항상 '우리가 가는 길이 맞는가'를 확인한다. CES 혁신상은 이 질문에 대한 가장 명확한 답이었다. 수상 후 10여 개국에서 문의가 이어지며 기술의 글로벌 가능성을 빠르게 점검했다. 초기 개발 단계에서 한양대 ERICA 강소연구개발특구의 지원을 통해 글로벌 수준의 기술 검증 환경을 확보할 수 있었던 점도 큰 힘이 됐다.
-글로벌 시장 공략은 어떻게.
▲기술 가치가 가장 빠르게 입증될 수 있는 시장을 기준으로 전략을 세웠다. 한국은 기술 검증을 빠르게 반복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미국은 PGA 프로와 아카데미, 트레이닝 센터가 이미 데이터 기반 코칭 문화를 갖추고 있어 지그립의 가치가 빠르게 드러날 수 있는 곳이다. 일본은 정밀 기술 신뢰도가 높고 골프장·연습장·장비 제조사가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돼 있어 기술 확산이 빠른 시장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협업지로 본다.
-한양대 ERICA 창업지원단에서 시작했는데.
▲초기 창업 단계에서 가장 필요했던 연구 공간과 장비, 기술 멘토링을 제공받았다. 특히 강소연구개발특구 프로그램을 통해 하드웨어(HW)와 AI 융합 기술을 반복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출 수 있었다. 산학 협력 네트워크도 큰 도움이 됐다. 필요한 기술을 연구팀에 빠르게 연결해주고 기술 이전까지 이어지면서 원천기술 확보 속도가 빨라졌다.
-한양대 ERICA·고려대 연구팀과의 협력은.
▲지그립은 손과 클럽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모션 인텔리전스 기술이다. 한양대 ERICA 전자공학부 연구팀은 지그립이 읽어내는 방대한 센서 신호를 정확하게 처리하는 데이터 신뢰성 검증을 담당했다. 센서 간 신호를 융합하는 알고리즘과 실시간 분석 기술을 개발해, 실제 필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분석이 가능한 기반을 만들었다. 고려대 연구팀은 골프 스윙처럼 빠르게 변하는 미세 압력을 정확히 감지하는 압력센서의 원천 구조 설계와 신호 특성 검증 역할을 했다. 이 두 산학 협력 덕분에 원천기술 확보부터 신뢰성 검증, 제품화까지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
-산학 기반 기술 창업 활성화 위해 필요한 것은.
▲기술을 제품에 통합하고 시장에 적합하게 다듬는 '상용화 갭'을 줄이는 것이 어렵다. 확보한 원천기술로 실제 제품 구조에 통합하거나 신뢰성 테스트를 반복하는 단계에서 장비, 전문 인력,검증 환경이 필요하다. 초기 스타트업이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기술-제품-시장' 사이의 중간 단계를 대학이나 특구가 촘촘히 지원하면 많은 기술창업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대학의 실험 장비와 계측 시설 등을 잘 홍보해서 기업이 정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기술 상용화 속도는 훨씬 빨라질 것이다.
-향후 비전과 계획은.
▲향후 1년은 미국 시장 공략을 우선으로 한다. 단순 제품 판매가 아니라 오프라인 체험회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함께 운영하며 사용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꾸준히 피드백을 반영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유소년 골퍼를 위한 데이터 기반 코칭 환경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골프를 시작으로 사람의 감각과 경험을 데이터로 확장하는 기술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실행할 계획이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