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극우 세력이 수도 런던 도심에서 13일(현지시간) 대규모 반이민 집회를 열었다. 프랑스·독일 정치인은 물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등장해 ‘극우 연대’를 과시했다.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왕국 통합’ 슬로건을 내걸고 ㅇ려린 집회 현장엔 경찰 추산 약 11만~15만명의 지지자가 몰렸다. 로이터 통신은 정부 청사가 늘어선 넓은 거리인 ‘화이트홀’에 다 들어가지 못할 만큼 인원이 많았다며 “영국 현대사에서 가장 큰 우익 시위 중 하나”라고 이날 시위 규모를 전했다.
일부 시위대는 병, 조명탄 등을 투척하고 경찰관에게 주먹과 발을 휘두르는 등 과격 행동을 벌여 26명의 경찰관이 부상당했다.
당초 집회 명분은 ‘언론 자유’로 홍보됐으나, 실제 시위 현장을 지배한 건 이민 반대 구호였다. ‘(난민) 보트 중단’, ‘본국 송환’ 등 불법 이민자 거부 취지의 구호가 적힌 팻말과 깃발이 거리에 등장했고, 일부 참가자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국기를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구호인 ‘마가’(MAGA) 모자를 쓴 이들도 보였다.
시위를 주도한 영국 극우 운동가 토미 로빈슨은 무대에 올라 영국 법원이 “소말리아인, 아프가니스탄인, 파키스탄인의 권리를 우선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여한 샌드라 미첼은 로이터에 “우리나라와 자유로운 발언을 되찾고 싶다”며 “불법 이민을 막아야 한다. 토미를 믿는다”고 말했다.

프랑스 극우 정치인 에리크 제무르, 독일대안당(AfD) 페트르 뷔스트론 연방의회 의원 등 다른 나라 정치인이 단상에 올라 “여러분의 적이 우리의 적이고, 여러분의 싸움이 우리의 싸움”이라며 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럽 내 극우를 공개 지지해 논란을 빚은 머스크도 화상으로 등장해 “통제되지 않는 대규모 이민이 영국을 파괴하고 있다”며 현 영국 정부를 비난하고 의회 해산을 촉구했다.
일부 참석자는 지난 10일 미국 유타주 유타밸리대 토론회 현장에서 총격으로 숨진 미국 우익 활동가 찰리 커크를 애도했다. 가디언은 “찰리 커크 살해 사건이 극우 집회의 지지 세력 결집에 활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셀 광장 근처에서는 이에 맞서는 인종차별 반대 단체의 파시즘 반대 시위가 열렸다. 참가자는 약 500명으로, ‘극우에 맞서는 여성들’, ‘토미 로빈슨 반대’, ‘난민 환영’ 등 구호를 적은 팻말을 들었다.
영국은 최근 이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7월 런던 외곽 ‘난민 수용 호텔’에 머물던 에티오피아 출신 망명 신청자가 14세 소녀를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반이민 정서가 급격히 확산했다. 올해에만 약 2만8000명 불법 이민자가 소형 보트를 타고 영국해협을 건너 온 것도 부담이다. 로이터는 영국이 사상 최대 규모의 망명 신청을 처리하는 가운데 이민 문제가 경제 침체 우려를 제치고 주요 정치 쟁점으로 부상했다고 짚었다.
로빈슨은 지난해 10월에도 왕국 통합 집회를 계획했지만, 시리아 난민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진행 중이던 재판에서 법정모독죄를 선고받고 투옥돼 당시엔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AP는 짚었다. 로빈슨은 이날 단상에서 내려오며 비슷한 행사가 또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