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료의 생각 없는 생각'이 항의문으로…독립서점들 "런던베이글뮤지엄, 책임 회피 말라" 비판

2025-10-29

런던베이글뮤지엄(LBM)에서 일하던 20대 직원이 과로로 숨졌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전국의 독립서점들이 잇따라 런던베이글뮤지엄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8일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의 독립서점 ‘책방토닥토닥’을 운영하는 책방지기 A씨는 런던베이글뮤지엄 창업자 이효정(필명 료)의 저서 '료의 생각 없는 생각' 표지에 직접 문구를 적어 전시했다.

표지에는 “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하는 것이 부도덕한 것이다. 고인의 이름은 정효원. 언젠가 자기 매장을 열겠다는 꿈을 짓밟은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책임을 회피하지 마라. 산재신청이 부도덕한 것이 아니다. 료! 생각 없이 회사 운영하지 말라”는 문장이 담겼다.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도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한 청년 노동자의 꿈이 꺾였다”며 “장시간 노동을 견디며 했던 것은 자신의 꿈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마 자신의 일과 회사에 대한 책임감 때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런던베이글뮤지엄의 태도에 분노하면서도, 이 시대 청년 노동자들의 죽음을 대하는 회사의 태도에 분노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글에서 영화 '다음 소희'의 실제 사건과 전북 특장차 기업 ‘호룡’의 몽골 청년 노동자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런던베이글뮤지엄의 창업자 료 씨는 자신이 쓴 책에서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정한 속도보다는 나의 시간을 들여 찬찬히 방향의 일관성과 누적을 추구하는 편이다. 맞지 않는 방향에 세상의 속도까지 내면 큰일이니까’라고 썼다"며 "한 청년 노동자는 료 씨가 만든 회사가 정한 속도에 자신을 맞췄다. 부디 그 속도에 대해 료 씨가 책임 있는 발언을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창업주 료 씨가 자신이 쓴 책을 배신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료의 생각 없는 생각'이 있던 자리에 당분간 우리의 주장이 담긴 책 '료의 생각 없는 생각'을 올려둔다. 부디 이 책을 다시 판매할 수 있기를 바란다. 청년 노동자 고(故) 정효원 님의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제주에서 독립서점 ‘소리소문’을 운영하는 책방지기 B씨도 공식 SNS를 통해 연대의 뜻을 밝혔다. 그는 “런던베이글뮤지엄이 산재를 인정하고 상식적인 대처를 할 때까지 '료의 생각 없는 생각'을 ‘산재’ 코너에 박제해놓겠다”며 “청년 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한다”고 적었다.

한편 故 정효원 씨는 지난 7월 문을 연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천점에서 근무하다 회사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 측은 고인이 매장 개점 준비 과정에서 물품 정리, 직원 채용, 영업 매뉴얼 작성 등 각종 업무를 도맡으며 주 80시간 이상 근무했다고 주장했다. 사망 하루 전에는 “일 때문에 밥도 못 먹었다”, “자정이 다 돼서야 퇴근했다”는 메시지를 남긴 정황도 있다.

유족은 이후 산업재해 신청을 진행했다. 그러나 국민일보에 따르면 런던베이글뮤지엄 임원은 장례식장에서 “효원이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다 해주겠다”고 말한 뒤, 유족이 공인노무사인 조카를 소개하자 태도를 바꿔 “우리 직원 괴롭히지 말라”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언론 보도 이후에야 밤늦게 유족에게 연락을 취했다는 전언이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측은 "매장 오픈 전후 본사가 파악하지 못한 연장근로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고인의 평균 주당 근로시간은 44.1시간이었다. 주 80시간 근무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어 "노동청 등 관계 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라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성실히 임하겠다"며 "근태관리 의무화 및 전 직원 교육을 통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은 2021년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첫 매장을 열며 ‘베이글 열풍’을 이끌었다. 현재 전국 7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2022년 법인명을 런던베이글뮤지엄(London Bagel Museum)의 약자인 엘비엠(LBM)으로 변경했다. 엘비엠은 런던베이글뮤지엄 외에도 ‘아티스트베이커리’, ‘카페 레이어드’ 등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브랜드 매각 이후 발생해 이효정 창업자와는 무관하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엘비엠은 지난 7월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에 약 2000억 원에 매각됐으며 공정거래위원회는 같은 달 29일 JKL파트너스의 엘비엠 인수에 따른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고인의 사망 시점이 지난 7월 16일로,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던 시기와 맞물리면서 이효정 창업자 역시 경영 철학과 인사 구조 측면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편 이 창업자는 논란이 확산된 직후 개인 인스타그램을 비공개로 전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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