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개국 관세 협상 성적표 "트럼프가 승자"...기업 공급망 재검토

2025-08-03

8월1일을 기점으로 미국의 새로운 국가별 관세 체제가 정해졌다. 관세 협상에 나선 각국이 1차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하지만 세율, 적용시점, 예외 품목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나오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르다보니 시장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3일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한국 등 69개 교역 상대국에 최종 상호관세율을 적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동부 시간 7일 0시(한국 시간 7일 오후 1시)부터 발효된다.

우선 미국이 무역 적자를 보는 한국ㆍ일본ㆍ유럽연합(EU)을 포함한 40개국에 15% 관세를 부과했다. 그런데 여기엔 레소토·말라위·짐바브웨 등 미국과 교역이 거의 없는 상당수 아프리카 국가도 포함돼 있다.

시리아(41%), 라오스ㆍ미얀마(40%), 스위스(39%), 이라크ㆍ세르비아(35%)를 비롯해 남아공(30%), 인도(25%), 대만ㆍ베트남(20%) 등 26개국에는 15%를 초과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과의 협상에 난항을 겪거나 트럼프의 분노를 산 국가들이다.

영국·브라질·포클랜드섬 등 미국이 무역 흑자를 내는 나라에도 10% 기본 관세율을 부과했다. 이 중 브라질은 별도 행정명령을 통해 40%포인트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다만 브라질산 오렌지 등 미국 소비자 물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민감 품목은 제외했다. 영국 BBC는 “이는 무역 보다는 정치적 보복에 더 가깝다”고 했다.

미국ㆍ멕시코ㆍ캐나다 무역협정(USMCA)에도 불구하고 멕시코는 90일간 관세 부과가 유예되며 기존 25% 세율을 유지하게 됐다. 캐나다는 협정에 해당하지 않는 상품들에 대한 관세가 35%로 대폭 인상됐다. 관세 발효 시점도 차이가 난다. 캐나다는 8월1일을 기점으로 관세가 발효됐지만, 나머지 국가들은 7일로 미뤄졌다.

이같은 고무줄 잣대 때문에 관세 부과의 정당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예컨대 지난 4월 첫 상호 관세 발표 당시 관세율이 50%로 가장 높았던 아프리카의 레소토는 이번에 15%로 대폭 줄었다. 캄보디아는 49%에서 19%, 포클랜드섬은 41%에서 10%가 됐다.

애초부터 관세는 협상 도구일 뿐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부총장을 지낸 앨런 울프 피터슨국제경제학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은 AP에 “이번 협상의 진정한 승자는 트럼프”라며 “협박을 통해 다른 나라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다고 내다봤고, 그 전략은 극적으로 성공했다”고 말했다.

韓 기업들, 해외 생산전략 조정 불가피

1차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해외에 생산기지를 둔 한국 기업들의 공급망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베트남(20%)과 인도(25%)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율이 책정되면서 삼성전자ㆍLG전자는 해당 국가에서 생산하는 미국 수출품 비중을 줄이려 하고 있다. 대신 USMCA 적용을 받는 멕시코나 미국에서의 생산량을 늘리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미국이 캐나다의 상호관세를 35%로 10%포인트 올리면서 캐나다 진출을 추진하던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도 고민이 커졌다. 수산화리튬 등 값싼 중국산 배터리 원료를 쓰되 35%의 관세를 감당해야 해서다.

자동차 업계는 멕시코 상호관세(25%)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기아는 멕시코에 연간 40만 대 생산 규모를 갖춘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이다. 90일간 재협상하기로 했지만 어느 정도의 비용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도요타, 혼다, 폭스바겐 등 주요 경쟁사의 멕시코 생산비중이 더 높다는 점은 현대차그룹의 가격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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