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가운데 유력 대선 후보들이 잇따라 ‘핵발전 확대’를 공약하자, 전북지역 시민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핵발전소 인근에 있는 전북 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은 도외시한 채, 정작 대안 없는 ‘탈(脫) 탄소 포장’만 되풀이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탈핵에너지전환전북연대는 21일 전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대 양당 후보들이 윤석열 정부의 핵 진흥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며 “이는 핵발전소 주변 주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선택”이라고 규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15일 원자력노동조합연대와 정책 협약을 체결하고,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과 신규 원전 건설,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및 원전 수출 확대 등을 약속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역시 오는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10기의 원전 수명을 연장하고 SMR 상용화 및 원전 비중 확대를 공약에 포함했다.
시민사회는 특히 전북이 고창과 영광에 걸쳐 위치한 한빛원전의 직접 영향권이라는 점에서 이번 공약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빛원전은 반복적인 고장과 사고, 부실공사와 관리 미흡, 허술한 규제 등으로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최근에는 수명이 곧 만료되는 1·2호기의 수명 연장 추진과 함께, 주민 동의 없이 고준위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북연대는 “핵폐기물 최종처분장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시저장시설을 늘리는 것은 사실상 한빛 부지를 영구 핵폐기장으로 만드는 셈”이라며 “기후위기 시대에 원전 사고의 위험까지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핵발전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저해하는 주요 장애물이며, 기후위기의 해법이 될 수 없다”며 “최근 대만이 마지막 원전 가동을 중단하고 동아시아 최초의 탈핵국가가 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선 후보들에게 한빛 1·2호기 수명 연장 백지화와 고준위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 건설 중단, 탈핵 에너지전환 로드맵 수립 등을 요구하며 핵 진흥 공약의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한편 전북환경운동연합 등 전국 시민사회로 구성된 ‘기후시민프로젝트’는 주요 대선 후보들에게 재생에너지 중심의 분산에너지 활성화 정책을 제안하고 후보들의 입장을 공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전력 수요 분산을 위한 인센티브, 지자체 태양광 할당제, 송전망 최소화 등 5개 정책 항목에 모두 찬성 입장을 밝혔다. 권 후보는 특히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60% 달성, 매년 GDP 4% 기후재정 투자”를 공약하며 가장 강력한 전환 의지를 보였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정책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기후시민프로젝트는 “분산에너지 확대 필요성과 구체적 정책에 동의한 후보들의 입장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다음 대통령은 기후위기 대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이끌 수 있는 구체적 에너지 전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