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르면 내년 중으로 미 시민권 취득 시험에 에세이 작성을 도입할 방침이다.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7일(현지시간)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국이 미 시민권을 취득하기 위한 시험을 더 어렵게 만드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민국은 개정되는 시민권 시험 절차에 에세이 작성을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조지프 에들로 이민국장은 신청자가 작성해야 하는 에세이 주제로 ‘미국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가장 좋아하는 건국의 아버지는 누구인가?’ 등을 예시로 꼽았다.
에들로 국장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기준을 너무 느슨하게 만들어서 정부가 이전에 부여한 일부 시민권 승인을 취소하게 됐다”며 “현재의 시민권 시험은 너무 쉽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정부 기관 명칭, 주지사 이름을 대보라고 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시민권 신청자가) 미 헌법에 진정으로 애착을 가졌는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현행 시민권 취득 시험은 문제은행 방식으로 미국 역사와 역대 정부 등에 관한 100개의 예상 문제 중 10개 문항을 출제하고 이 중 6개 이상 정답을 맞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본적인 영어 구사 능력을 평가한다.
이민국은 시민권 취득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조치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시민권 신청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신청자의 이웃과 직장 동료 등을 인터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민국은 신청자가 “훌륭한 도덕성”을 지녔는지 평가하고 SNS 검열을 통해 반미 활동 여부를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이민국이 ‘훌륭한 도덕성’과 ‘반미 활동’을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민법 전문 변호사들은 시민권 신청·취득 절차에 이민국의 재량권이 늘어나면서 신청이 거부될 경우 관련 소송이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리브스 이민법률그룹의 에릭 웰시 변호사는 “이민국은 (심사관들이) 인종과 같은 자의적인 요소에 기반한 더 편향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고 있다”며 “이는 매우 위험한 길”이라고 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인 지난해 81만8000여명이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 마지막 해인 2020년에는 62만5000명이 시민권을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