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1983년 '자본론' 소지로 체포된 70대 남성, 40년만의 재심서 무죄

2025-10-28

"40년 굴레 벗어나...73세가 돼서야 대한민국 국민이 된 것 같아"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학생 시절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소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법 구금 및 체포됐던 정진태 씨(72)가 40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28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4단독 김길호 부장판사는 정 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김 판사는 "사상과 학문의 자유는 민주주의 근간으로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며 "자본론뿐만 아니라 칼 마르크스 사상 저서는 국내에서 공식 출판되고 널리 읽혔는데 서적의 내용이 북한 활동에 동조하거나 국가의 존립과 안정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날 김 판사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에 대해 증거 능력이 없다고 봤다. 김 판사는 "피고인 검거 당시 거주지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는데 영장 없이 불법 연행됐으며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한 달 동안 영장 없이 수사가 진행됐다"며 "압수물, 압수조서도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해 수집된 것으로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 씨 측 변호사는 "국가 폭력에 의해 정 씨가 3년간 구금을 당했기 때문에 형사 보상 절차를 거칠 수 있다"며 "불법 행위, 가혹 행위와 처벌 이후 사찰 등으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한 것까지 청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씨는 이날 재판을 마친 후 "올해 73살로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 이제야 정식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된 것 같다"며 "기억하는 것만으로 트라우마로 40년 동안 짓눌러왔던 굴레를 벗게 돼 정말 다행이다"고 소회를 밝혔다.

1983년 2월 당시 서울대생이었던 정 씨는 이적표현물인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소지한 혐의로 검거돼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올해 초 해당 사건을 인권 침해 사건이라고 보고 진실 규명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결심 공판에서 정 씨에게 무죄를 구형했다. 당시 검찰은 "검찰에서 증거 기록과 피고인의 주장, 신빙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고인이 불법 체포됐던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 선고를 재판부에 요청했다.

aaa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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