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대형 인수합병에 시동을 걸었다. 오디오 자회사인 하만 인터내셔널이 럭셔리 음향 브랜드를 다수 갖춘 미국 마시모(Masimo)의 오디오 사업부를 3억5000만달러(약 5000억원)에 인수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하만을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에 인수한 후 이렇다 할 대형 인수합병 대상을 찾지 못해왔다.
9년 만에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시장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삼성의 인수합병 시계가 다시 빨라진 모양새다.
6일(현지시간) 하만은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3억5000만달러(약 5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마시모는 럭셔리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로 잘 알려진 △바워스앤윌킨스(Bowers & Wilkins, B&W)를 비롯해 △데논(Denon) △마란츠(Marantz) △폴크(Polk) △데피니티브 테크놀로지(Definitive Technology) 등을 보유했다.
대표 럭셔리 오디오 브랜드인 바워스앤윌킨스는 1966년 영국에서 설립돼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디자인과 고품질 사운드로 오디오 전문가와 애호가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1993년 출시 후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스피커' 중 하나로 극찬받은 라우드 스피커 '노틸러스(Nautilus)'는 대당 1억5000만원이 넘을 정도의 고가다.
또 독특한 유선형 디자인으로 유명한 무선스피커 '제플린(Zeppelin)',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노이즈 캔슬링 기술로 유명한 헤드폰 'PX7 시리즈' 등은 전 영국 국가 대표 축구선수 데이빗 베컴이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등 대표 제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만은 JBL, 하만카돈, AKG, 인피니티, 마크레빈슨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토대로 지난해 글로벌 포터블 오디오 시장에서 약 60% 점유율로 1위를 지속했다. 시장 규모가 큰 헤드폰과 무선이어폰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만은 마시모 인수로 자동차·소비자용 오디오 사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모바일·TV·가전 사업과의 시너지도 추진해 글로벌 오디오 명가 입지를 한층 공고히 한다.
하만은 라이프스타일 사업부문과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을 합쳐 컨수머 오디오 시장에서 글로벌 1위 입지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카오디오 사업에서도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게 됨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와 고객에게 브랜드별로 차별화된 오디오 경험을 제공해 사업 위상을 제고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모바일·TV·가전 등에도 하만과 마시모의 음향·오디오 기술을 적용해 시너지를 확대할 방침이다. 다양한 스피커와 오디오 기기 간 연결·제어 등 스마트싱스 기반의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하만 AKG와 하만카돈 등 사운드 튜닝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무선이어폰, 사운드바, 패밀리허브 등의 사운드 품질을 높이는 등 시너지를 강화해 왔다.
이번에 인수하는 마시모의 축적된 전문 오디오 기술과 노하우를 삼성전자 제품군에 적용해 시장 확대와 고객 경험 강화를 추진 계획이다.
데이브 로저스 하만 라이프스타일 사업부문 사장은 “하만은 75년 역사의 오디오 전문기업으로 세계 최정상의 위치로 성장해 온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여기에 또 하나의 명품 오디오 B&W까지 확보해 명실상부한 오디오 명가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하만은 이번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문 인수 절차를 연내 마무리할 예정이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