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동 대표 "최대실적 결실 맺은 상장 1년…이젠 지속성장 모멘텀 만들 것" [CEO&STORY]

2025-05-07

HD현대마린솔루션(443060)이 8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1주년을 맞았다. ‘선박 AS 전문 회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2016년 HD현대의 조선·해양 분야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출범한 HD현대마린솔루션(당시 현대글로벌서비스)은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설립 초기인 2017년 2403억 원이던 매출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늘어 지난해 1조 7455억 원(약 7.3배)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546억 원에서 2717억 원으로 5.0배 증가했다.

성장의 중심에는 이기동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가 있다. 이 대표는 2020년 대표직에 오른 후 5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최근 3연임에 성공해 2027년까지 계속 회사를 이끌게 됐다. 경기 성남시 HD현대 판교 사옥 집무실에서 이 대표를 만나면서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한쪽 벽면에 정성스레 걸어둔 새빨간 재킷이었다. 1년 전 한국거래소 상장 기념식에서 그가 입었던 옷이다.

이 대표는 “1년이 넘는 준비를 거쳐 상장에 성공했고 다시 1년이 지났다”면서 “지난해 상장회사들 중에 가장 규모가 컸는데 자리도 가장 성공적으로 잡은 듯해 최고경영자(CEO)로서 뿌듯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상장을 하면서 언론과 투자자에게 회사 성장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씀드렸다”며 “그 약속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아 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HD현대마린솔루션의 올 1분기 실적은 눈부시다. 매출 4856억 원, 영업이익 830억 원으로 4분기 연속 최대 매출을 경신했고 영업이익도 분기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 대표는 “올해 목표로 제시한 매출 2조 556억 원 달성과 핵심 사업 매출 연평균 성장률(CAGR) 20%대 유지는 충실히 이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출범할 때 200명에 못 미쳤던 회사 인원도 850명 수준까지 증가했다”면서 “앞으로도 회사가 성장하는 속도만큼 인력이 쑥쑥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HD현대마린솔루션의 선장에 오르기 전 HD현대중공업에 몸담았다. 1985년 입사해 쭉 엔진사업부에서 대리·과장·차장·부장, 그리고 상무·전무·부사장까지 달았다. 말하자면 ‘40년 엔진 외길 인생’을 걸은 셈이다. 이 대표는 “울산 조선소 엔진 생산 현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며 “2000년대 초반 엔진 공장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는 신공장 건설을 임직원들과 함께 일궜고 노사문제, 안전 관리 등 업무를 많이 다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HD현대마린솔루션의 지휘봉을 쥐게 된 것도 그가 ‘엔진 박사’이기 때문이다. 엔진은 ‘선박의 심장’으로 일컬을 만큼 핵심 부품으로 전체 선박 가격의 10%를 차지한다. 일반적으로 애프터마켓(AM)으로 불리는 선박 AS 사업에서도 엔진은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HD현대마린솔루션 설립을 추진할 당시 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 대표를 맡고 있던 그가 수장이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대표는 “2015년을 전후해 유가가 급락하며 유조선과 해양 플랜트 사업이 고꾸라지면서 조선업이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며 “당시 한 해 영업적자가 4조 원에 이르렀고 희망퇴직·명예퇴직 등으로 많은 동료들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엔진사업부 또한 전체적인 리스트럭처링(사업 재구축)이 필요했고 공정 합리화, 원가 절감 등을 통해 위기를 견딜 체질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며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줬고 업황도 서서히 좋아지면서 사업 대표를 맡는 동안 적자 한 번 내지 않고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 출범 아이디어는 이 같은 암흑기에 나왔다. 정기선 HD현대그룹 수석 부회장(당시 현대중공업 경영지원실장)은 선박 기술 디지털화와 글로벌 친환경 규제 등으로 선박 수리 및 개조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판단, HD현대마린솔루션 설립을 주도했다. HD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와 엔진기계사업부, 전기전자사업부 등에 분산돼 있는 선박 관련 서비스 담당 조직을 통합했고 정 부회장이 직접 대표를 맡았다. 정 부회장이 그룹 내에서 대표직에 오른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정 부회장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대표를 지낼 만큼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이 대표는 정 부회장의 뒤를 잇는 2대 대표다. 그는 “AS는 전체 사업 규모에 비해 큰 돈이 안 되는 분야였지만 불황이 길어지면서 새롭게 수익을 창출할 시장이 간절한 상태였다”며 “미래 성장성도 충분했기 때문에 기존에는 없던 사업 형태가 탄생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까지도 선박 건조 없이 AS 등 솔루션을 전문으로 서비스하는 업체는 전 세계에서 HD현대마린솔루션이 유일하다.

정 부회장은 대표직을 물려주면서 이 대표에게 다양한 사업 발굴을 당부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HD현대에 소속된 대부분의 회사들은 생산 공장을 갖고 있지만 저희는 공장이 없다”며 “몸집이 가볍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룹 내에서 종합상사처럼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는 회사가 저희 회사고 생존을 위해서도 지속 성장을 위한 동력이 필요하다”며 “정 부회장은 지금도 다양한 사업 발굴을 위해 노력해달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 대표 취임 후 AM 솔루션 사업 외에 친환경 개조, 벙커링(선박 연료유 공급), 디지털 솔루션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이 대표는 “회사는 선박 대형 엔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독일의 만에너지솔루션과 스위스 윈지디로부터 엔진 관리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받았고 시장점유율 40%에 달하는 HD현대중공업의 선박 발전용 엔진 ‘힘쎈’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며 “AM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여기에 수익을 배가시키는 것이 친환경 규제 강화”라며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도(EU-ETS),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기 대책 등이 발효됨에 따라 선박 개조 시장에서 급성장을 이루는 모멘텀(동력)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친환경 개조 사업도 점차 고난도 기술과 고비용 서비스가 필요한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데 우리의 기술력을 따라올 수 있는 국가나 기업은 아직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글로벌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 네트워크를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17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시작으로 미국 휴스턴,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지역에 법인을 설립했다. 그리스 아테네와 독일 함부르크, 일본 도쿄, 파나마 파나마시티 등에는 지사를 만들었다.

이 대표는 “매출의 80% 이상은 해외에서 발생된다”면서 “해외 법인과 지사의 인력을 지금보다 더 늘려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해외 출장이 있고 매주 40~50명 정도의 직원이 해외에 나가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직접 나가서 고객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지 수리 대리점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에게 ‘CEO로서의 남은 목표’를 묻자 “회사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35세가 채 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앞으로 5년 정도는 저도 직원들도 회사가 성장할 것이라는 사실에 의문을 품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당대에만 잘 먹고 잘 산다고 끝이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회사가 10년·20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은 한두 해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술 개발과 시스템 고도화, 필요한 투자들을 적기 적소에 해놓아야 한다”며 “일을 미루면 늦거나 실패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젊은 직원들이 많은 만큼 회사는 오래 성장해야 하고 ‘젊은 컬러’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그런 지속 가능성을 만드는 게 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He is…

△1961년 충북 보은 △1986년 부산대 기계공학 학사 △1985년 현대중공업 입사 △2012년 현대중공업 엔진사업 고속엔진 담당임원 △2012년 현대커민스엔진 대표이사 △2016년 현대중공업 엔진사업 대형엔진조립 담당임원 △2017년 현대중공업 엔진사업 생산·품질 부문장 △2018년 현대중공업 엔진사업 사업대표 부사장 △2020년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부사장 △2021년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사장 △2023년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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