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재하지 않는 도시에서 출발한 축구팀이 사우디 아라비아 최상위 리그에 입성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5일 “최근 사우디 2부리그에서 승격을 확정지은 ‘네옴 SC’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네옴(Neom)’이라는 미래 도시 건설 프로젝트와 직결된 구단”이라며 “이 팀은 도시뿐 아니라 클럽 자체도 2023년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으며, 불과 2년 만에 최상위 무대까지 올라섰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옴 SC는 내년 시즌부터 알힐랄, 알나스르, 알이티하드, 알아흘리로 구성된 사우디 ‘빅4’에 합류해 ‘빅5’ 체제를 형성한다. 이 4개 팀 모두 세계적인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림 벤제마, 리야드 마레즈를 보유한 거대 구단들이다. 네옴 SC 역시 같은 자금줄인 사우디 국부펀드(PIF) 지원을 받는다. 이 펀드는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네옴은 사우디 북서부 사막 지대에 건설 중인 5000억 달러 규모의 미래형 도시다. 이 중 핵심은 직선으로 170㎞ 길이, 500m 높이의 초대형 구조물 ‘더 라인(The Line)’이다. 탄소 배출 제로, 자동차 없는 도시를 표방하며, 모든 생활 인프라가 도보 5분 거리 안에 집약되는 초밀집 구조다.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의 ‘비전 2030’ 프로젝트 일환으로, 석유 의존 경제를 탈피하고 첨단 기술 기반 신산업 육성을 목표로 한다. 도시 이름 ‘Neom’은 그리스어 ‘Neo(새로운)’와 아랍어 ‘미래(Mustaqbal)’의 머리글자 M에서 따왔다. 가디언은 “하지만 이 초현대적 청사진은 인권 침해 문제도 동반하고 있다. 6만여 명에 이르는 외국인 건설 노동자의 근로 조건, 그리고 현지 부족민 강제 이주 논란 등이 국제 인권 단체로부터 지적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네옴 SC는 본래 타북 지역을 연고로 60년 넘게 하위 리그를 전전한 ‘알수쿠르(Al-Suqoor)’라는 팀이었다. 2023년 PIF가 구단을 인수하며 ‘네옴 스포츠 클럽’으로 전면 리브랜딩 됐고, 불과 2년 만에 1부리그 승격이라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현재 홈구장은 아직 타북에 머물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라인’ 안에 위치한 4만6000석 규모 경기장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월드컵 유치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이 스타디움은 지면에서 350m 공중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되며, 2034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사우디 개최 시 주요 경기장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현재 사령탑은 브라질 출신 페리클레스 샤무스카 감독이다. 그는 30개 넘는 클럽을 지휘한 경험이 있고, 사우디 알타아운과 알파이살리에서 킹스컵 우승을 이끌며 중동 무대에서도 검증된 지도자다. 샤무스카는 “다음 목표는 1부리그 상위 3위 이내, 그리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고 밝혔다.
스쿼드는 벌써 화려한 수준이다. 2022년 월드컵 주장이자 알힐랄의 상징적 존재인 살만 알파라즈를 비롯해, 모하메드 알부라이크, 리야드 샤라힐리 등 국가대표들이 2부리그에서 네옴 유니폼을 입었다. 외국인 선수로는 이집트 국가대표 수비수 아흐메드 헤가지(전 웨스트 브롬),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한 알제리 공격수 사이드 벤라흐마(전 웨스트햄)가 포함됐다. 벤라흐마는 이번 시즌 프랑스 리옹에서 임대된 상태였지만, 승격 직후 완전 이적 계약이 체결됐다. 가디언은 “네옴 SC는 ‘존재하지 않는 도시 클럽’에서 ‘존재감 확실한 신흥 강호’로 급부상했다”고 해석했다.
이제 유럽 빅리그 출신 선수들과의 연결설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사우디 현지 언론은 맨체스터 시티의 케빈 더 브라위너, 아스널의 조르지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안드레 오나나 등이 네옴 SC로 이적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가디언은 “이적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하지만, 자금력만큼은 확실하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네옴 SC의 존재는 지금껏 사우디 축구가 보여온 ‘투자→영입→흥행’ 공식을 답습하면서도, 한층 더 강력한 상징성을 갖는다”며 “아직 도시도 완공되지 않았고, 홈구장도 가상 설계 도면에 불과하지만, 구단은 이미 현실의 리그에서 경쟁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