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 재활센터 히어링허브
보청기 조기에 착용하면 치매 예방
피팅 잘못되면 비싸도 ‘무용지물’
한국어·생활환경에 맞춰 정밀 조정
실제 소음 재현 시스템, 만족도 높아

‘보청기=불편하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잘 안 들려서 보청기를 찾았는데 막상 착용하고 나면 더 답답하고 번거로워 금세 포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아서다. 자신의 목소리가 울리고, 전체 소리는 커졌는데 정작 들어야 할 말소리는 흐릿하다고 호소한다. 무늬만 보청기가 된 셈이다.
이런 불편은 보청기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청력 손실을 가속한다. 청력은 한번 떨어지면 회복이 어려운 감각이다. 최근 애플이 소음 노출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에어팟을 이용해 기본 청력 테스트를 제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난청이 있으면 의사소통이 어려워져 우울감과 사회적 고립이 깊어진다. 환경 변화는 뇌 기능에 영향을 미쳐 치매 위험을 5배까지 높인다.
국제학술지 랜싯(Lancet)의 ‘치매 예방·중재·관리 보고서’(2024년)에 따르면 치매 예방에 기여하는 항목의 3분의 1이 난청과 관련 있다. 보청기 착용은 뇌 건강을 위한 투자임을 시사한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는 속삭임이 안 들리는 정도(40~60㏈)의 난청이면 보청기를 즉시 착용하길 권고한다.
사용자에 맞춰 20~40개 음향 요소 세밀 조정
청력을 지키려고 큰 비용을 들여 산 보청기가 제값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청각 재활 전문기관 히어링허브 종로센터 김시몬 청각사는 “대부분의 불편은 보청기 자체 성능 문제라기보다 피팅(fitting) 과정의 미비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사용자의 귀 상태에 맞춰 20~40개의 음향 요소를 세밀히 조정해야 하는데 이를 간과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내 목소리가 울리는 느낌(폐쇄감)은 저음(저주파)을 과하게 키우거나, 소리가 갑자기 줄었다 커지는 과정을 조절하는 압축 비율이 잘못 설정됐을 때 흔하다. 조용한 집에서는 괜찮은데 식당만 가면 말이 하나도 안 들리는 불편감은 사용자가 실제 자주 머무는 소음 환경을 피팅 과정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다 보니 보청기와 점점 더 멀어진다. ‘보청기는 나와 맞지 않는다’고 단정 짓는다. 일부는 반납 과정에서 분쟁이 벌어져 오히려 더 큰 부담을 떠안기도 한다.
김 청각사는 “보청기에서 한번 실패를 경험하면 다시 착용을 고려하기까지 수년이 걸리고, 그사이 청력은 계속 나빠진다”고 우려했다. 청력이 떨어지면 뇌가 말소리를 해석하는 능력(어음 이해력)이 함께 저하돼 나중에 보청기를 써도 이전처럼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인공지능(AI) 기반 소리 분석 등 보청기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주변 소리 속에서도 사람의 말소리만 선명하게 걸러내는 심층신경망(DNN) 기술, 사용자의 고개 방향·걸음과 대화 여부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자동으로 소리를 최적화하는 4D 센서 알고리즘, 360도에서 들어오는 소리를 공간별로 분리해 여러 명이 말하는 환경에서도 중심 대화를 또렷하게 듣게 하는 공간 음향 처리 기술까지 적용되는 시대다.
이런 첨단 기술도 피팅을 통해 얼마나 잘 조정해 적용하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크게 갈린다. 기기 자체 성능이 좋아도 세팅이 맞지 않으면 울림과 소음 민감도, 명료도 저하 같은 문제가 심해진다. 사용자는 이를 고장으로 받아들이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피팅이 어긋나면서 나타나는 정상적인 반응에 가깝다.
보청기 성능·피팅 품질 따져야 불만 적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보청기 소비자 상담 사유를 살펴봐도 제품 및 착용 서비스(피팅) 품질 관련 불만이 37.4%로 가장 많았다. 소비자원은 ▶제품 성능만큼 피팅 서비스의 수준 차이가 크다는 점을 인지하고, 전문 인력이 있는 곳에서 충분한 테스트 후 살 것과 ▶지하철·신문 광고 등에서 내세우는 파격 조건에 현혹되지 말 것을 권고한다. 김 청각사는 “청력 검사도 더욱 정밀해지고 있다”며 “기존의 데시벨(㏈) 손실 측정에 더해 음질 선호도, 잡음 민감도 등을 함께 평가함으로써 개인의 청취 특성을 다각도로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보청기를 처음 구매하거나 이전 착용 경험이 만족스럽지 않았다면 다음 세 가지를 점검해 봐야 한다. 한국어 기반 피팅과 생활환경(식당·직장·지하철 등)에 맞춘 개별 조정, 일괄 설정이 아닌 단계적 조정 여부다. 장기 착용 성공률을 높이는 요소들이다.
김 청각사는 “보청기 피팅에서 특히 간과되는 부분이 언어별 음향 특성”이라고 짚었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피팅 공식 상당수는 영어권 사용자 기준으로 개발됐다. 한국어 자음이 약하게 들리거나 말소리가 소음에 묻혀버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어는 영어와 달리 중·저주파 비중이 높다. 한글의 자음 명료도는 고주파의 미세한 차이로 결정된다.
생활환경에 맞춘 개별 조정은 가상 음향 환경(VSE·Virtual Sound Environment)을 활용한 피팅으로 해결할 수 있다. 현실의 소리를 실내에서 그대로 재현해 보청기 주파수를 조정한다. 식당 웅성거림과 지하철 안내방송 등 다양한 소음 환경을 천장·바닥에 설치한 10개의 스피커를 통해 360도 입체음향으로 재구성하는 게 특징이다. 기존에는 ‘여기가 식당이라고 생각해 주세요’라고 설명하며 사용자의 상상에 의존하는 방식이었다. 김 청각사는 “일반 센터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실제 소음 환경을 그대로 재현한 피팅 시스템”이라며 “정확한 진단과 반복적인 조정을 통해 편하게 들리는 소리를 만드는 것이 보청기 전문센터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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