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 폐지 논의 속 기업인 '재판 지연' 조짐도…"기소 취소·면소될 수도"

2025-11-05

"배임죄 폐지되면 이미 기소된 재판들 면소 판결로 구제될 것"

대장동 사건 재판부 "소급·장래 적용 논의 진행중...실정법 따라 형 선고"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배임죄 폐지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미 배임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일부 기업인들이 배임죄가 폐지될 때까지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정황이 감지되고 있다. 만약 재판 도중 배임죄가 폐지될 경우,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 법률 효력을 소급하지 않는다는 '불소급 원칙'이 적용돼 면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5일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배임죄 폐지 얘기가 나오자, 배임 혐의로 기소된 기업인들이 배임죄가 폐지될 때까지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헌법 제13조 제1항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해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한 행위로 소추되지 않고, 동일한 범죄에 대해 거듭 처벌받지 않는다. 또 대한민국 형법 제1조 제2항에 따르면 범죄 후 법률의 변경에 의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형이 구법보다 경한 때에는 '신법'에 의한다.

만약 배임죄가 폐지된다면 더 이상 배임을 범죄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이미 배임 행위를 한 사람이라도 확정 판결을 받지 않은 경우에는 형법 제1조 제2항에 따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게 된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배임죄 폐지에 따라 이미 확정된 사건은 그 죄가 없어지지 않지만, 문제는 지금 진행 중인 사건들"이라며 "현재 기소돼 재판 중인 사건들은 불소급 원칙이 적용돼 배임죄가 폐지될 경우 기소가 취소되거나 면소 판결을 통해 구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재계에서는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구속됐으며, 항소심 결론이 연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또 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도 2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돼 보석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대형 로펌 고위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배임죄 관련 재판을 받고 있다면, 최대한 재판 절차를 지연하는 전략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대기업의 기업인들은 자체 변호인을 보유하고 있어, 배임죄 폐지 논의에 대비한 재판 전략을 내부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임죄 폐지 논의로 법적 혼선과 처벌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일 '대장동 민간업자 비리 사건' 1심 판결을 내린 재판부도 이례적으로 법정에서 배임죄 폐지 논의에 대해 언급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조형우 부장판사는 "현재 배임죄 관련 부분은 완전 폐지 시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에 처벌 가능 영역을 유형화하는 대체 입법이 동반될 것으로 보이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기사를 접했다"면서 "경과 규정에 관한 소급·장래 적용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배임죄가 현존하는 한 법원은 실정법에 따라 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부는 '대장동 비리' 일당에 대해 업무상 배임죄 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abc123@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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