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이 국적법 개정을 통해 전례 없는 대규모 귀화 정책에 나섰다. 바르셀로나 라 마시아 출신 윙어 헨드리오를 포함해 100명 이상의 해외 베트남계 선수를 귀화 후보로 선정하고 있으며, 조건부 이중국적 허용이라는 파격적인 제도 개선을 단행했다.
말레이시아전 참패가 촉발한 정책 전환
베트남의 대규모 귀화 정책은 지난 10일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최종예선에서 말레이시아에 0-4로 참패한 충격에서 시작됐다. 이 경기에서 말레이시아는 아르헨티나 출신 귀화 선수 최소 5명 이상을 출전시켰고, 주앙 피게이레두와 호드리고 올가도가 직접 득점을 올리며 베트남을 압도했다.
경기 후 김상식 감독은 말레이시아의 귀화 선수들을 언급하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베트남 매체 소하는 현재의 귀화 흐름이 지속될 경우 말레이시아가 동남아시아를 넘어 아시아 무대에서도 위협적인 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건부 이중국적 허용하는 귀화법 개정
베트남 국회는 6월 말 개정 국적법을 통과시켰다. 베트남계 가족이 있거나 국가에 특별한 기여를 한 외국인의 귀화 조건이 대폭 완화됐으며, 정부가 정한 조건을 충족하거나 국가주석의 승인을 받으면 외국 국적을 유지한 채 베트남 국적을 동시에 취득할 수 있게 됐다.
3대 이내 직계혈족 중 베트남 국적자가 있는 외국 선수는 최소 체류 기간이나 베트남어 능력 제한 없이 귀화할 수 있다. 이는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는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보다 유연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중국 매체 시나스포츠는 베트남 언론들이 새로운 국적법이 동남아시아의 대량 귀화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게 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르셀로나 출신 헨드리오 등 주요 후보 확보

베트남축구협회(VFF)는 현재 100명 이상의 해외 베트남계 선수 명단을 확보하고 관리하고 있다. 김상식 감독도 이 명단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며 선수들과의 접촉을 장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헨드리오 아라우호다. 브라질 출신인 그는 바르셀로나 유스 시스템을 거친 윙어로, 지난 시즌 베트남 리그에서 10골 9도움을 기록하며 최고의 공격 자원으로 평가받았다. VFF는 이미 그의 귀화 서류를 제출했으며, 조속한 절차 완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럽 주요 리그에서 활동하는 베트남계 혼혈 선수들도 귀화 후보군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연령별 대표팀 출신인 번리 미드필더 브랜든 리(베트남-아일랜드 혼혈)는 이중국적 허용 조건 하에 베트남 대표팀 합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포지션 걸친 대대적 전력 보강 추진
베트남은 현재 베트남 리그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의 귀화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브라질 공격수 안드레우, 자메이카 공격수 리마리오, 센터백 구스타보 산토스, 나이지리아 공격수 올라하, 브라질 미드필더 마그노, 프랑스 수비수 케빈 반베르 등이 귀화 추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의 귀화가 실현될 경우 베트남은 전 포지션에 걸쳐 상당한 전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정부 승인 등 추가적인 요건 충족이 필요한 상황이다.
동남아시아 귀화 경쟁 격화

베트남의 대규모 귀화 정책은 동남아시아 전체의 귀화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계 혼혈 선수 20명 이상을 귀화시켜 2026 월드컵 3차 예선 진출에 성공했고, 말레이시아는 아르헨티나 출신 혼혈 선수를 최대 37명까지 추가 귀화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베트남이 한때 프랑스 식민지였던 점을 고려할 때 프랑스와 미국에 베트남 이민자와 혼혈 후손이 많아 알제리나 모로코처럼 프랑스 하부리그의 실력 있는 혼혈 선수들을 확보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