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 〈238〉불확실성의 시대, 불변하는 가치가 희망이다

2025-09-10

우리가 살아가는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크다.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는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은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낯 뜨거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안정적이라 여겨졌던 글로벌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사례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기술 혁신이 곧 산업의 재편을 만들기에 많은 이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더 큰 투자와 과감한 모험을 요구한다.

그러나 자원의 한계는 분명하다. 국가 재정은 무한하지 않으며, 기업 또한 무리한 투자를 감당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속 부자들의 삶은 대중의 눈높이를 높이고, 상대적 박탈감을 증폭시킨다. 평범한 삶은 '부족한 삶'으로 치부되고, 사회적 피로감과 마음의 빈곤이 심화된다. 이 같은 구조적 위기 속에서 우리는 단기적 처방이 아니라 근본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바로 '불변하는 가치'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신뢰 회복이다. 신뢰는 개인의 행복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 된다.

불확실성 관리를 몇 가지 사례로 배워보자. 핀란드의 교육 정책은 좋은 시사점을 준다. 핀란드는 단순한 기술 습득보다 협력과 삶의 의미를 강조하는 교육을 통해 불확실한 미래에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한다. 경쟁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공동체적 학습'을 지향함으로써 사회적 신뢰를 제도적으로 구축했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정책도 참고할 만하다. 이스라엘은 국가 규모가 작아 자원에 한계가 크다. 하지만 정부와 민간이 '리스크를 공동 분담'하는 구조를 만들고, 작은 실패를 허용하는 신뢰 문화를 형성했다. 그 결과 세계적인 혁신 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가 지향해야 할 불변하는 가치 기반의 전략을 논해보자.

첫째, 사회적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공정한 제도 운영, 투명한 정책 집행을 통해 시민들이 제도를 믿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둘째, 지속 가능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무조건적인 대규모 투자가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AI, 에너지, 바이오 등 핵심 분야에는 집중 투자하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게는 '협력형 투자 생태계'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

셋째, 불변하는 가치 중심의 교육·문화 정책이 필요하다. 단기적 경쟁력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협력·나눔·책임 같은 불변의 가치를 내재화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문화 정책에서도 지나친 소비적 콘텐츠보다 '공동체 회복'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확산시켜야 한다.

지금 맞닥뜨린 산재한 문제들은 단기, 중기, 장기의 계획을 가지고 진행이 되어야 함은 자명하다. 또, '정책의 기술화'가 아니라 '정책의 인간화'가 이루어지길 바래본다. 불확실성 시대일수록 정책은 사람들의 마음에 희망을 불어넣고 미래를 이야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 정책은 경쟁력이 아닌 '삶의 의미'를 가르칠 수 있어야 하고, 산업 정책은 단순한 성장 지표가 아닌 '지속 가능한 행복'을 기준으로 설계돼야 한다. 과학기술 정책 역시 국가 경쟁력만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추진될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기술은 인간을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 없음을. 그러나 현실에서는 종종 이 순서가 뒤바뀐다. AI 시대를 맞아 우리는 AI의 진화와 더불어, 그것을 어떻게 활용해 인간의 삶을 더 의미 있고 행복하게 만들 것인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방향성은 사회적 신뢰와 불변하는 가치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어려운 시대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불변하는 가치는 더욱 빛난다. 우리가 함께 신뢰를 쌓고, 작은 양보와 협력의 문화를 만들 때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 결국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한 믿음 속에서 자라날 수 있다.

임현의 한국기계연구원 스쿨대표교수·자연모사연구단장 helim@kim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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