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취임한 지 한 달이 돼 간다. 윤 장관의 취임을 통해 행안부는 비로소 정상적인 체계로 가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수장에 대한 기대도 크다.
2022년 5월 취임한 이상민 전 장관은 2년 7개월 임기 내내 다양한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태원 압사 사고에 대한 책임을 이유로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가결됐지만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거부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고 이 전 장관은 업무 정지로 2023년 7월까지 반년 동안 업무를 보지 못했다. 행안부는 이 기간 동안 호우 피해, 잼버리 준비 등 중요 이슈에 수장 없이 대응해야 했다.
지난해 임기 말에는 비상계엄 사태로 다시 탄핵소추 위기에 봉착했고, 결국 사퇴하면서 임기를 마쳤다. 행안부는 이후 윤 장관 취임까지 또다시 7개월간 선장 없는 배로 항해했다.
정부부처는 장관이 없으면 중요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릴 수 없다. 해당 정부가 설정한 국정 목표, 정책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데 있어서 장관의 부재는 가장 큰 리스크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행안부는 경제나 산업 진흥 부처는 아니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행정업무통합과 지원, 행정 효율성 제고, 재난관리를 총괄하는 핵심 부처다. 정부의 대국민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만큼 중요성이 매우 높다.
신임 윤 장관의 어깨가 무거운 것도 이 때문이다. 고위급 공무원 인사를 비롯해 6개월여 공백 동안 처리하지 못한 일들이 안팎에 산적했다.
윤 장관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에서 '경찰국 폐지 마무리', '민생회복 소비쿠폰 발행에 따른 지자체 부담 완화', '지방자치 30년을 맞아 진정한 주민 주권 실현' 등을 강조했다.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지역소멸 등 다양한 지역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도 윤 장관에게 주어진 숙제다.
그는 AI 민주정부로의 전환을 어떻게 이뤄낼지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아날로그 업무의 전산화·온라인화를 통한 업무 효율화가 전자정부의 목적이었다면, 디지털정부는 대국민 행정서비스 품질 향상에 초점을 맞춘다. AI 정부는 기존 인프라에 AI를 접목, 이 같은 성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주목받는다.
과거 전자정부는 오랜 기간 세계연합(UN) 전자정부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며 우리 기술력을 세계에 과시했다. 선진 전자정부는 대표적 공공 수출 상품으로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진출 디딤돌 역할을 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 디지털정부 평가 2회 연속 1위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AI 정부에서도 이 같은 명성을 이어가야 한다.
민간 AI 경쟁력은 미국, 중국과 격차가 큰 상황이다. 하지만 공공 분야는 이제 시작이다. 그동안 착실하게 쌓아온 디지털 기반 위에 AI를 효과적으로 접목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는 우리 AI 기업과 산업이 발전하는 데 정부가 기여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윤 장관은 세계 최초·최고의 AI 민주정부를 실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공 AI 투자를 본격화하고 AI를 활용한 혁신적 정부 운영을 고민해야 한다. 그의 행보에 힘찬 응원을 보낸다.
안호천 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