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처법·산안법 위반 조사…실질적 안전 관리 감독 여부 관건
계약서상 ‘발주자’ 표기돼 있더라도 재판서 ‘도급인’ 인정될지 주목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에 대해 정부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해체 공사를 발주한 공기업 한국동서발전이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과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을 위반했는지도 수사받게 됐다. 발주처나 공공기관이 사고의 법적 책임을 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동서발전이 안전 확보 의무를 다했는지, 실질적으로 안전관리 감독을 했는지 판단을 어떻게 내릴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1일 무너진 보일러 타워 5호기 양옆의 4·6호기에 대한 발파 작업과 매몰자 수색이 마무리되는 대로 수사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중처법과 산안법 위반 여부를,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중점 조사한다.
이번 참사가 발생한 ‘보일러 타워 5호기 해체 공사’의 발주자는 동서발전이고, 도급인은 HJ중공업이다. HJ중공업은 이를 다시 발파업체 코리아카코에 하도급을 줬다. 산안법 위반 여부를 가르는 것은 동서발전의 법적 지위이다. 태안화력 하청노동자 김용균씨 사망 사고를 계기로 2019년 개정된 산안법은 도급인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했지만, 발주자는 도급인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동서발전이 해체 작업을 할 때 실질적으로 지휘 권한을 갖고 있었는지가 중요하다”며 “인천항만공사 사례처럼 계약서상 발주자로 표기돼 있더라도 재판에서 도급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노동부의 1차 수사에 달린 문제”라고 했다.
2020년 인천항만공사에서 발생한 ‘갑문 노동자 사망 사건’은 지난해 대법원에서 공사 사장의 유죄가 확정됐다. 당초 1심 법원은 인천항만공사 당시 사장을 산안법상 도급인으로 보고 실형을 선고했으나, 2심 법원은 법 적용이 제외되는 발주자로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대법원이 2심을 뒤집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인천항만공사가 시공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하청업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도급인으로 본 것이다.
다만 통상적으로 건설 공사 발주자의 경우 산안법상 처벌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은 대부분 공사를 맡기는 발주자 지위에 있기 때문에 법 적용이 어렵다”며 “흔히 말하는 외주화인데, 시공사에 통으로 시공을 넘겨버리면 법적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중처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했는지를 중요하게 판단한다. 공공부문 경영책임자에는 중앙행정기관장, 지자체장, 공기업장, 공공기관장 등이 포함된다. 전 교수는 “동서발전이 해체 작업을 발주하면서 적격한 시공기업과 계약했는지, 안전을 위한 절차를 지켰는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이 중처법 적용을 받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법이 시행된 2022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공공부문이 관리·감독하는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270건, 사망자는 285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 기간 중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곳은 대한석탄공사뿐이다. 이마저 지난 8월 “석탄공사 사장이 안전관리 의무를 다했다”며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와 실제 처벌 사례는 0건이다.
공공기관이 ‘위험의 외주화’로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공공분야의 중대재해에 대해서는 수사나 기소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현행법이 발주자 처벌을 명시하지 않고 있는데,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건설 공사만이라도 처벌 대상에 넣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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