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프랑스 등 서구가 주도하던 글로벌 미용시장에서 한국이 새로운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세계 화장품 수출시장에서 프랑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K콘텐츠를 통해 한국인의 맑고 투명한 피부가 주목받으면서, 이를 직접 경험하려는 해외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단순 관광을 넘어 한국 피부과·미용 시술·화장품 쇼핑을 포함한 ‘K뷰티 체험’이 이제는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 흐름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들이 의료 분야에 지출한 금액만 1조4000억원을 돌파했다. 외국인 환자가 가장 많이 진료받은 과목은 단연 피부과였다. CJ올리브영의 외국인 매출 역시 올해 1조원을 넘기며 K뷰티 시장 성장세를 입증했다. 한때 성형 시술 중심이던 뷰티 관광은 이제 피부과·웰니스 중심으로 재편되며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도쿄에 사는 사토 미사키(29)는 1~2년에 한 번 한국을 찾기 전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바로 피부과 예약이다. 그는 “지난해엔 입술 필러를 받았는데 자연스럽고 만족도가 높았다”며 “올해는 레이저 리프팅을 해보려 한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뷰티 스타일을 좋아해서 일부러 한국 피부과에서 시술을 받는다”고 말했다. 오전에는 강남 청담동의 피부과에서 맞춤형 시술을 받고, 시술 후에는 홍대 의류 편집 매장을 돌아다닌다. 올리브영에 들러 화장품 쇼핑을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저녁에는 명동을 방문해 길거리 음식을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사토처럼 ‘K뷰티 체험’을 여행 일정에 넣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진료받은 외국인 실환자(중복 제외)는 117만여명으로 전년 대비 93.2% 급증했다. 외국인 의료관광 유치가 시작된 2009년 이후 연간 100만명을 넘은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외국인들이 국내 의료업종에서 쓴 금액은 1조4052억원(1인당 평균 153만원)에 달했다. 지출 항목 중 1위는 피부과(5855억원)로, 성형외과 지출(3594억원)을 한참 추월했다. 과거 성형 위주였던 외국인 의료 소비가 이제는 자연스러운 피부 개선 중심으로 이동한 것도 큰 변화다.
국적별로는 일본인 환자(44만1000명)가 가장 많았다. 그중 여성이 94%, 20·30대가 74%를 차지했다. 일본 다음은 중국(26만명), 미국(10만1000명), 대만(8만3000명) 등의 순이었다. 러시아는 전쟁 이후 직항편이 끊겼음에도 환자 수(1만6000명)가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외국인들은 왜 K뷰티를 매혹적으로 느낄까. K드라마와 K팝을 통해 한국식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이 자연스럽게 소개된 영향이 크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청담서클의원의 서희원 대표원장은 “팬데믹 전과 비교하면 외국인 환자 수는 두 배 이상 늘었고, 최근에는 내국인보다 외국인 환자가 더 많은 날도 있다”며 “특히 한국 아이돌이나 배우의 맑고 투명한 ‘유리 피부’를 직접 경험하고 싶어 하는 환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 서울컬쳐라운지에서 열린 ‘K뷰티’ 체험행사에 참여한 프랑스 20대 여성 엘로디는 “한국인들 피부는 투명하고 광이 나는 느낌”이라며 “화장도 과하지 않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예뻐 보이는 특유의 스타일이 있는데, 배워보고 싶어 행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날 강의를 맡은 류보미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메이크업 강의를 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최근에는 정말 인기가 뜨겁다는 것을 실감한다”며 “특히 외국인 얼굴형에 맞춘 메이크업이 아닌, 투명하고 자연스러운 한국식 메이크업을 원하는 외국인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화장품이 다양하고 세분된 점도 강점이다. 프랑스 대학생 아이르스는 “화장품 종류가 다양하고 효과가 좋은 제품도 많아서 피부 관리에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K뷰티는 단순히 겉으로 예뻐 보이는 것을 넘어, 피부를 잘 관리하는 느낌이 든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에서 대학원에 재학 중인 인도 여성 알티(32)는 “피부가 예민해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트러블이 생길 때가 있는데, 피부과에 가면 세심하게 트러블을 치료해준다”며 “인도 피부과보다 섬세하고 의료진의 스킬이 좋다”고 말했다.
알티의 경험은 최근 외국인들이 서울을 찾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서울을 ‘웰에이징의 메카’로 소개했다. 미국 여성들이 한국 피부과 시술 일정을 묶어 ‘맞춤형 뷰티 여행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족도 높은 피부과 시술을 받을 수 있어서다. WSJ는 “미국에서 5000달러가 넘는 피부과 시술을, 서울에서는 여행비를 포함해도 비슷하거나 더 낮은 비용으로 받을 수 있다”며 시술 후 맛집, 쇼핑, 전시 관람 등을 결합한 ‘시술+여행’ 일정이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 시내 유명 클리닉들은 외국인 시술 상담을 위한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예약·결제·환급 서비스도 체계적으로 갖추고 있다.

K뷰티를 단순한 외형적 아름다움에 가두지 않고, 건강과 웰니스를 아우르는 방향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서울 뷰티웰니스 관광 100선’을 발표하고 쉼, 맛, 멋을 아우르는 관광지를 소개했다. 피부과와 한방의료시설은 물론 힐링 명상·자연 치유·스테이 등 40곳의 쉼 공간, 18곳의 맛집, 42곳의 뷰티스파와 문화예술 공간이 포함됐다. 뷰티웰니스 공간 섭외와 프로그램 마련에 참여한 최도희 서울시 관광산업과 주무관은 “K뷰티라는 용어를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뿐 아니라 시민들의 일상 속 건강과 웰니스도 포함하는 개념으로 접근했다”면서 “한국에서 경험하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일주일로 K뷰티를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전문가와 함께 100선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K뷰티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제도적 기반 마련과 국가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 원장은 “해외 환자가 늘어나는 만큼 다국어 의료 안내체계, 공식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인센티브 제도가 필요하다”며 “국가 차원의 글로벌 홍보, 항공사·관광청 연계 프로그램, 국내외 의료진 대상 전문 교육 확대가 함께 이루어진다면 K뷰티의 경쟁력이 더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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