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가치 스스로 깎아내려”···퀴어영화제 개막취소에 학생들 ‘부글부글’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교내에서 운영 중인 극장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한국퀴어영화제 개막이 취소된 것 두고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학생들은 “악성민원을 사실상 학교 측이 수용한 것 아니냐”며 “성 소수자 배제·차별은 대학 가치에 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화권리단위연대체 ‘이음’에 소속된 학생 자치 단체들은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화여자대학교의 한국퀴어영화제 개막 취소 비판 성명’을 연이어 공개했다. 이화여대 생활도서관은 “시민으로 여겨지지 못했던 여성에게 교육 기회를 부여하고자 했던 이화의 정신은 혐오나 거부, 차별이 아닌 평등한 세상의 실현에 있다”며 “퀴어의 존재를 ‘창립 이념에 반하는’ 존재로 규정한 이번 결정은 퀴어에 대한 탄압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학생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여기는 이화의 정신은 학내 퀴어 구성원들만을 빗겨가나”라고 비판했다. 이화여대 교지편집위원회도 “이번 사태는 퀴어영화제가 담고 있는 모든 맥락과 문화에 대한 검열이며 소수자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다”라고 했다.

퀴어영화제가 이전에도 학내에서 열렸던 만큼 이번 사태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재학생 김서현씨(22)는 “이전에도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퀴어영화제를 개최했었고 독립영화나 성 소수자 관련 영화도 다수 상영해왔는데 대관 취소 소식을 듣고 황당했다”며 “기독교 학과 수업에서도 성 소수자 인권을 존중하는 분위기이고, 학내에도 성 소수자인 학생들이 존재하는데 ‘기독교 정신’을 핑계로 이러한 일이 발생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퀴어영화제 조직위원회 측은 “학교로부터 다수의 민원이 접수됐으며 ‘기독교 창립 이념에 반하는 영화 상영은 학교 내에서 허용할 수 없다’는 학교 측 입장에 따라 극장 측이 대관을 진행하지 않기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이화여대를 지키고 사랑하는 이화인 일동’이라는 단체는 퀴어영화제가 ‘이화여대 헌장 제1조 창립이념인 기독교 정신에 반한다, 이화여대의 교육현장에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반대 성명을 모집하고 학교 측에 항의전화를 할 것을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창립 이념에 반한다는 이유로 학교 측이 퀴어영화제 대관 취소를 압박한 것이 맞는지’ 묻자 “학교 측의 공식 입장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