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만에 첫 부활 ‘위례트램’...의견 갈리는 ‘우선신호’가 난제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2025-07-15

현대식 트램(Tram)의 전신인 노면전차가 국내에 처음 등장한 건 126년 전인 1899년 대한제국 때다. 그해 5월 서울 서대문과 청량리 사이를 오가며 운행을 시작했다.

당시 일본 교토(1895년)에 이어 아시아에선 두 번째로 개설된 전차였다. 이후 서울 사대문 안을 중심으로 노선이 여럿 이어졌고, 평양과 부산에도 도입됐다.

노면전차는 1960년대 중반까지 제법 유용한 서민의 교통수단이었다. 1962년 기준으로 여객 수송에서 차지하는 비중(여객 수송분담률)이 33.8%로 버스(57.7%)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나 자동차가 점점 늘고, 노선버스가 많아지면서 도로를 같이 쓰는 노면전차가 통행에 방해된다는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고, 결국 1968년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급격히 증가한 자동차 탓에 교통 체증이 심해지고, 대기오염도 가중되면서 이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다시 트램이 주목받게 됐다.

전기로 움직이는 트램은 한 번에 버스보다 많은 승객을 실어나르면서도 지하철에 비해 건설비가 훨씬 적게 들고,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이미 유럽과 미국, 호주 등에선 트램의 인기가 상당하며 전 세계적으로 400개 가까운 도시에서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도 위례신도시를 비롯해 대전·울산·동탄 등 많은 광역 및 기초지자체에서 트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서울시가 사업을 담당하는 위례트램의 진척이 가장 빨라 계획대로라면 내년 9월께 개통할 예정이다. 이대로만 된다면 우리나라에서 노면전차가 사라진 지 58년 만에 처음으로 부활하는 셈이다. 대전과 동탄의 트램은 2028년, 울산트램은 2029년께 개통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례트램은 지난 2007년 위례신도시 개발에 따른 교통수요 해결을 위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광역교통개선대책에 처음 포함됐다. 서울 송파구와 경기도 성남시, 하남시로 이뤄진 위례신도시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노선의 길이는 지선을 포함해 5.4㎞다.

마천역, 복정역, 남위례역 등 12개 정거장과 차량기지 한 곳이 들어설 계획으로 2021년 말 착공해 지난 6월 기준 공정률은 88%가량이다. 총 사업비는 3030억원이며 평일 출퇴근 시간에는 5~10분(본선 기준), 나머지 시간에는 10분 단위로 운행할 계획이다.

이렇게만 보면 위례트램이 순항하는 듯하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트램의 정시 운행에 필수라고 평가되는 ‘우선신호’ 도입 여부가 미정이다. 사업을 추진하는 서울시와 도로교통을 관장하는 경찰의 입장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트램 우선신호는 일반적으로 도시 내 모든 교차로에서 트램이 접근할 경우 실시간으로 차량 및 보행 신호를 조정해 트램을 먼저 통과시키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를 통해 트램은 교차로에서 멈출 필요가 없고, 운행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염태영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위례트램 운영 관련 계획을 보면 두 기관의 입장차가 확연하다. 서울시는 ‘교차로 우선신호 요청·허용을 통한 교차로 최소 정차 운행’을 계획하고 있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의 윤병헌 도시철도설계부장은 “우선신호를 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경찰청은 “교통신호와 철도신호가 서로 분리된 독립망을 사용하고 있어 상호 연동이 불가하므로, 우선신호를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신 트램신호와 교통신호가 같은 간격에 따라 운영될 수 있도록 계속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양 기관의 견해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

여러 전문가는 트램의 정시성과 효율성을 살리기 위해선 외국처럼 우선신호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선하 공주대 도시융합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우선신호가 없으면 트램의 정시성만 떨어지는 게 아니라 교차로 정지 때마다 급제동과 정차, 재출발을 반복해야 해 에너지 소모와 차량 및 보행자와의 접촉 위험 증가 등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장호 한국교통대 철도인프라공학 교수도 “시내구간의 표정속도(역 정차 시간을 포함한 평균 운행속도)는 교차로 통과 때 지연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며 “트램에 우선신호를 주지 않는다면 버스와 승용차보다 경쟁력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선신호만 고수하기보다는 여러 대안을 검토해 볼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진태 김진태 한국교통대 스마트철도교통공학과 교수는 “트램에 우선신호를 주게 되면 교차로 등에서 다른 차량의 정체가 상당히 심해질 수 있다”며 “외국에선 우선신호 대신 미리 정해진 신호시간에 맞춰 트램을 운행하는 방식도 많이 쓴다”고 말했다.

김상희 서울경찰청 교통관리과장도 “신호 통합이 안 된 상황이기 때문에 우선 1년간의 시범 운행 과정에서 최대한 트램 운행에 지장이 없도록 신호를 운영하는 방안을 시뮬레이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실 노면전차가 자취를 감춘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승용차와 버스 등 차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도심 내 교통 여건도 상당히 많이 변했다. 낯선 트램의 출현으로 자칫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배제하기 어렵다.

게다가 뒤이어 개통할 대전과 동탄, 울산트램도 결국 위례트램에서 적용한 방식들을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나 경찰이나 이런 상황이 다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염태영 의원은 "한쪽의 입장만 고수하지 말고 사업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트램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교통안전도 확보할 방안을 찾아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램의 성공적 부활을 위해 열린 자세와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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