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요격 실패?" 펜타곤 발작 버튼 누른 이 영화, 파헤쳐 보니 [이철재의 밀담]

2025-11-08

미 펜타곤(전쟁부·국방부)이 발끈한 모양이다. 지난달 16일자(이하 현지시간) 내부 문건에서 펜타곤은 넷플릭스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영화)’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영화 줄거리는 스포일러를 빼면 대충 이러하다(※요격 부분은 넣었다. 이걸 빼면 이번 주 밀담을 쓸 수 없게 돼서다).

펜타곤의 발작 버튼은 요격 실패라는 부분부터 눌러진 듯 하다. 펜타곤은 영화에서 미사일 요격이 실패했다는 설정이 “오락성 차원에서 설정한 드라마 요소”라면서 현실 세계의 역량은 “완전히 다른 얘기”라고 강조했다. 미사일 방어국(MDA)은 미사일 방어 체계가 “10년 이상 테스트에서 100%의 정확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다만 ’100%의 정확도’가 나온 측정 기준에 대해선 “일부 이견”을 인정했다. 그러나 “(수치는) 앞으로 10년 후면 더 좋아질 예정”이라고 장담했다.

영화의 대본을 쓴 노아 오펜하임은 펜타곤의 평가에 대해 “정중하게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 지구종말시계(Doomsday Clock)의 바늘이 자정(지구종말)까지 90초에서 89초로 1초 앞당겨졌다. 핵 강대국인 미국·러시아·중국 사이 갈등이 높아지면서 ‘핵전쟁’의 그림자가 점점 전 세계를 뒤엎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영화는 섬뜩한 예언처럼 보인다. 영화는 그래서인지 43주차(10월 20~26일)와 44주차(10월 27일~11월 2일) 넷플릭스 전체와 영어에서 1위를 찍었다.

최근 만난 당국자나 연구자와의 대화에서 영화가 꼭 화제로 들어갔다. 북한의 핵·미사일을 이고 사는 우리에게 영화는 ‘남의 일’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다들 영화가 너무나도 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아무래도 극적 전개에 리얼리티를 잠시 양보했다는 설명도 있었다. 누구라고 밝히긴 어렵지만, 다들 관련 업무를 맡고 있거나, 관련 연구를 수행한 전문가들이다.

영화 속 어느 부분이 진짜 같았고, 어디가 과장이었을까.

GBI의 실제 요격 가능성은 97%

할리우드 영화라면 ‘요격 성공’ 메시지가 나오면서 다들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를 안거나 손뼉을 치면서 끝나는 법이다. 영화는 그 반대다. 요격에 실패했고, 영화는 이어졌다. 개인적으로 미사일 요격 실패 장면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한 당국자는 “나는 펜타곤 내부 문건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우선 GBI가 뭘까. 미국은 미 본토를 지키려고 지상기반 중간단계 방어(GMD)를 만들었다. 말 그대로 ICBM의 중간단계에서 요격하는 체계다. 센서(레이더)와 슈터(요격 미사일)를 미 본토와 해외에 쭉 깔아놨다.

이 중 슈터가 GBI다. 지상 기반 요격 미사일(Ground-Based Interceptor)의 영문 약자다. 길이 17m에 지름 1.3m의 3단 고체연료 미사일이다. 미국의 ICBM인 미니트맨3(길이 18.2m·지금 1.7m)보다 약간 작다. 최대 5300㎞를 날아가고 최고 1000㎞까지 올라가야해 덩치를 키웠다.

GBI보다 앞선 요격 미사일 LIM-49 스파르탄은 핵탄두를 달았다. 핵을 터뜨려 핵미사일을 잡는 방식이었다. GBI는 핵탄두가 없고 EKV(외기권 요격체)가 운동에너지로 적 ICBM을 직접 맞추는 방식이다.

영화에서 “동전 던지기(Coin Toss)”라는 GBI의 요격 성공률은 얼마일까? 1999년부터 2023년까지 모두 21번의 시험 발사에서 12번 성공했다. 영화에서 나온 수치(60%)보다 약간 작은 57% 정도다.

그래서 영화(2발)와 달리 실전에선 적 ICBM 1발에 대해 GBI 4발을 발사한다. 그렇다면 요격 가능성은 97%까지 올라간다. 물론 3%의 실패 가능성은 있지만, 동전 던지기보단 꽤 높다. 그리고 2014년 이후 시험 발사에서 실패한 적 없다.

러·중 ICBM 수백 발인데 GBI는 겨우 44발인 이유

ICBM은 GBI와 같은 요격 미사일을 기만체로 따돌리려고 한다. 또 단 분리 과정에서 나온 데브리(파편)나 부스터가 함께 올라가 GBI를 헷갈리게 한다. 그래서 미국은 GBI의 요격 성공률을 높이려고 LRDR(장거리 식별 레이더)을 설치했다.

금쪽같은 전력인 GBI는 44발만 배치됐다. 영화에선 알래스카주 포트 그릴리에만 있다고 그려졌는데 이건 틀렸다. 캘리포니아주 밴던버그 공군기지에도 있다. 포트 그릴리 40발, 밴던버그 공군기지 4발이다. 영화에서처럼 알래스카에서 요격에 실패하더라도, 캘리포니아에서 두 번째 요격 기회를 만들려는 조처다.

GBI를 왜 알래스카에 배치할까? 지도가 아닌 지구본을 가져다 놓고 보자. 러시아나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지름길은 북극이다. 그래서 북극에 가까운 알래스카에다 GBI를 두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예비용이다.

록히드마틴은 신형 GBI를 개발 중인데, MDA는 2028년까지 신형 포함 GBI의 숫자를 64발로 늘리려고 한다.

그렇다면 왜 44발일까? 44발이면 적 ICBM 11발만 요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러시아(330발)와 중국은 ICBM(400발) 보유량이 수백발 단위다. 미국에서 ‘GBI는 사실상 북한용’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사일 요격이 아닌 ‘공포의 균형’ 상호확증파괴(MAD)로 억제하는 게 미국의 기본 원칙이다. 북한은 미국과 핵으로 상대가 안 되기 때문에 자포자기식 핵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GBI는 이럴 때 필요하다.

영화에선 “DSP”가 적 ICBM 발사를 놓쳤고, “SBX1”가 추적하고 있다고 돼 있다. DSP는 국방 지원 프로그램(Defense Support Program)의 영문 약자다. 고도 3만 5000㎞ 우주에서 지상에서 미사일이 발사할 때 나오는 화염을 포착하는 군사 위성이다. 사거리 3000㎞ 이상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은 2~3분간 엄청난 화염을 내뿜는다. 이걸 DSP가 잡는다.

그런데…. 이젠 SBIRS(우주기반 적외선 시스템)가 DSP를 대체했다. DSP는 이제 안 쓰인다.

4800㎞ 밖 야구공도 찾을 수 있는 SBX-1

SBX1은 해상기반 X밴드 레이더(SBX-1)를 뜻한다. 이 레이더는 4800㎞ 떨어져 있는 야구공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다. 하와이를 기지로 삼았지만, 해상 시추시설 위에다 레이더를 올려놨기 때문에 이동할 수 있다. 2017년 4월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최고조였을 때 한반도 인근 해역에 파견된 적 있다.

그러나 SBX-1의 임무는 탐지·추적도 있지만, 주 임무는 식별이다. 적 ICBM의 탄두부를 다른 물체로부터 가려내는 게 SBX-1다. 탐지·추적은 알래스카주 클리어 우주군 기지의 AN/FPS-132 업그레이드 조기 경보 레이더(UEWR)가 담당한다.

뱀 다리. 나무위키에선 GBI가 요격을 실패한 뒤 ▶해군 이지스함에서 SM-3나 SM-6가 요격을 시도할 수 있고 ▶여기서 놓친다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가 맡고 ▶마지막으로 PAC-3 패트리엇이 요격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이론적”이란 전제를 달았고, 아래에 꼭 가능하지 않다고 써놨다.

일단 ICBM을 사드나 패트리엇이 요격할 수 없다. ICBM은 종말단계에서 마하 18이 넘는다. 사드와 패트리엇은 감당 못 한다. 그리고 현재 미국에서 있는 사드나 패트리엇는 훈련 또는 정비 또는 편성 중이다. 미사일 경보가 뜨면 바로 요격에 들어갈 사드나 패트리엇 부대는 미 본토에 하나도 없다.

이지스함은 그냥 SM-3를 쏘는 게 아니다. 적 ICBM의 비행 궤도 아래 배를 가져다 놔야만 요격 가능성이 커진다. 해당 해역까지 항해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리고 현재 SM-6론 ICBM을 요격할 수 없다. 물론 미국은 SM-6에 ICBM 요격 기능을 더할 계획이다.

45㎏ 검은 가방에 숨겨진 핵공격 계획

전략사령부 장면은 전략사령부의 협조를 받아 기지에서 찍은 것 같다. 핵공격 임무를 맡은 전략사령부는 네브라스크주 오마하의 오펏 공군기지에 있다. 오마하엔 투자의 현진 워렌 버핏뿐만 아니라 핵공격 사령부도 있는 셈이다.

갑작스런 호출에 전략사령관이 전략사령부 지하 지휘통제실(Command and Control Facility) 건물로 들어가려는 장면에선 지구와 ▶B-52 전략폭격기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SSN) ▶미니트맨3 ICBM 등 핵 3축(Triad) 조형물이 보인다. 지하 통제실도 실제와 거의 비슷하다.

전략사령부 지휘통제실에 견학 간 연구자에 따르면 지휘통제실엔 두 개의 시계가 보인다고 한다. 하나는 영화처럼 적 ICBM이 미 본토로 날아올 때 남은 시간을 나타내는 빨간 시계다. 다른 하나는 미국 ICBM이 적 영토로 날아갈 때 남은 시간을 보여주는 녹색 시계다.

영화에서 스텔스 전략폭격기인 B-2 스피릿이 태평양 어딘가에 전개돼 있다 긴급 이륙한다. 태평양 어딘가는 괌일 가능성이 크다. B-2는 원래 미주리주 화이트먼 공군기지에 배치됐다. 미 공군의 지구권타격사령부(AFGSC)는 본토의 전략폭격기를 해외로 비정기적으로 전개하는 BTF(Bomber Task Force) 작전을 편다. 영화 속 B-2도 BTF 작전 중이었다.

영화에서 해군 소령이 대통령을 늘 따라다니면서 들고 다니는 가방이 있다. 핵가방이다. 핵가방의 정식 명칭은 ‘대통령 긴급사태 가방(Presidential Emergency Satchel)’이다. ‘풋볼(Football)’ 또는 ‘뉴클리어 풋볼(Nuclear Football)’이란 별명으로 더 잘 알려졌다. 핵 공격 계획이 암호명인 드롭킥(Dropkick)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드롭킥은 풋볼(미식축구)에서 공을 땅에 떨어뜨려 튀어 오를 때 차는 방법을 뜻한다. 제로할리버튼이라는 가방회사가 만든 서류 가방이다. 겉은 까맣게 칠해졌다.

기자는 핵가방을 가까운 거리서 본 적 있다. 2017년 11월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 캠프 험프리스에서 현황 브리핑을 받을 때 미 해군 장교가 핵가방을 들고 수행하는 모습을 봤다. 생각보다 무거워 보였다. 45㎏ 무게라고 한다.

핵가방 안에는 핵공격 계획이 담긴 블랙북(Black Book), 대통령이 피난할 장소 안내서, 긴급 방송 안내 절차가 담긴 폴더, 핵공격 명령 보안 코드가 적힌 카드 등이 들어있다. 또 핵 코드를 전송할 통신장비가 내장됐다. 블랙북은 영화에서 해군 소령이 대통령에게 꺼낸 뒤 보여줬던 책자다. 진짜 검은색이다.

해군 소령은 “작전계획 8044 25차 수정안(OPLAN 8044 Revision 25)”를 소개한다. 미국의 핵 작계는 1960년 SIOP(단일 통합 작전계획)→2003년 작계 8044→2013년 작계 8010 전략적 억제·전력 운용(Strategic Deterrence and Force Employment)로 바뀌었다. 그래서 이 부분은 틀렸다.

그래서 블랙북의 “녹색 탭(SAO)”, “노란색(LAO)”, “빨간색(MAO)”을 해군 소령이 쉽게 스테이크 굽기의 “레어(Rare)”, “미디엄(Medium)”, “웰던(Well-done)”으로 비유했다. Selected Attack Options(SAO·선택 공격 옵션)는 적의 특정 시설이나 부대를, Limited Attack Options(LAO·제한 공격 옵션)는 적의 특정 도시나 지역을, Massive Attack Options(MAO·대량 공격 옵션)는 적국을 각각 상대로 한 핵작계다.

이는 SIOP의 개념이며, 작계 8010에는 어떻게 돼 있는지 아직 비밀이다. SIOP보다 작계 8010에서 더 다양한 옵션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영화에선 해군 소령이 대통령에게 “SAS 카드가 필요하다”고 한다. 밀봉 인증 시스템(Sealed Authenticator System)의 영문 약자다. 비스킷(Biscuit)이라고도 불린다. 핵공격 명령자가 대통령임을 식별할 수 있도록 글자와 숫자를 조합한 코드가 적혀 있다. 핵 코드가 있어야 핵공격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영화에선 대통령이 상의 안주머니에서 꺼내는데, 원래는 핵가방에 들어 있다. 핵가방이 미 대통령의 군 통수권 상징처럼 여겨지는 이유다.

5분 안 핵공격 서울, 준비돼 있을까

영화는 전반적으로 현실감 있지만, 군데군데 사실과 다른 점도 있다. 그래도 볼만 했다. ‘허트 로커’, ‘제로 다크 서티’ 등 선 굵은 영화로 유명한 캐스린 비글로가 감독을 맡았다. 이드라스 엘바, 레베카 페르구손 등 배우의 연기도 일품이다.

영화에서 미상의 미사일이 포착되자 데프콘이 5에서 4로 올라간다. 그러나 한국의 평시 데프콘은 4다. 데프콘 4는 적과 대치하고 있으나 전쟁 발발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그만큼 한국은 북한 때문에 늘 위기 위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영화에선 미국에 핵 미사일이 떨어지기까지 20분이 안 걸렸다. 한국의 현실에선 이보다 훨씬 짧다. 평양에서 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은 서울까지 5분 남짓 도달한다. 북한의 SRBM에도 전술핵 탄두를 달 수 있다. 우리에겐 대응할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준비를 놔서는 안 된다.

영화에서 대통령은 극도의 스트레스에서 고뇌한다. 그러나 실무자는 냉철하게 임무를 수행한다. 매뉴얼에 따라 늘 훈련해왔기 때문이다. 이게 준비의 힘이다.

2023년 5월 31일 6시 29분 북한은 인공위성 천리마-1을 발사했다. 12분 늦은 오전 6시 41분 서울 전역에 위급재난문자가 울렸다. 나중에 오발령으로 드러났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상상하기조차 싫다.

나중에 서로 책임 떠넘기게 급급해 이 사건은 묻혔다. 안봐도 뻔하다. 우왕좌왕하다 끝났을 것이다. 12분 동안 정부는 어떻게 대응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철저하게 반성해야 한다.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가 한국에 던지는 함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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