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웰이 돌아왔다

2025-05-04

조지 오웰은 영어권 세계에 매우 깊은 영향을 남긴 인물이다. 지금도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그의 책을 꾸준히 읽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국의 시사 논평에서 오웰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는 주가 없을 정도다. 안타깝게도, 오웰이 다시 돌아왔다.

오웰은 그의 생애 전반에 걸쳐 20세기 전반기의 핵심 문제들을 직관적으로 포착해냈다. 그는 영국 제국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자였으며, 영국 노동계급의 고통을 다룬 그의 르포는 우리 주변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조명하는 탐사 저널리즘의 시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남긴 가장 영향력 있는 작품은 단연 전체주의 통치의 위험성을 다룬 <동물농장>과 <1984>이다.

이 두 소설은 종종 소련 공산주의의 폐해를 풍자한 작품으로 여겨지지만, <1984>의 배경은 사실 영국이다. 이는 하나의 경고성 이야기였다. 오웰은 전체주의의 철권통치를 잘 알고 있었고, 그 지배가 궁극적으로 강압과 공포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꿰뚫어 보았다. 그러나 그는 진실의 운명에 대해서도 골몰했다. 공동체가 공유하는 사실의 기반이 공격받을 때, 민주주의 통치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경계했다.

오웰이 이러한 문제의식에 눈을 뜬 계기는 스페인 내전에서 프랑코에 맞서 싸우기 위해 참전했을 때였다. 그는 이 경험을 다룬 저서 <카탈로니아 찬가>에서 전체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된 과정을 설명한다. 프랑코에 반대하는 진영 내에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전 서사를 만들고자 했던 소련의 영향력이 깊숙이 침투해 있었다. 그들의 전술에 반대한 세력은 ‘사회주의적 파시스트’로 낙인이 찍혔다. 즉, 반(反)파시스트들이 오히려 파시스트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 경험은 오웰의 지적 성장에 있어 결정적 순간이었다. 그는 나중에 이렇게 회고한다. “1936년 이후로 내가 쓴 모든 작품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전체주의에 반대하고 내가 이해하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옹호한다.”

<1984>는 풍자극이며, 이러한 뒤바뀐 부조리를 예리하게 다룬다.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진리부(Ministry of Truth)에서 일하는데, 그의 임무는 과거의 기록을 당의 필요에 맞게 재작성하는 것이다. 소련의 엘리트 사진에서 숙청된 인물들이 지워졌듯, 오웰이 말한 ‘불편한 사실들’은 사진에서조차 사라진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은 당의 엘리트들에게 숨겨진 것도 아니었다. <1984>에 삽입된 복잡한 정치 논문에 따르면, 평화부(Ministry of Peace)는 외국과 끝없이 전쟁하고 진리부는 거짓을 유포하는 데 집중한다.

우리가 오웰적인(Orwellian) 세계에 살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과장일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대표적인 예는 새빨간 거짓말의 귀환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심리적인 것이다. 정치 지도자가 명백한 거짓말을 뻔뻔하게 반복한다면, 사람들은 그것에 어떤 진실이 담겨 있다고 믿게 된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의 약 30%는 바이든이 부정선거로 2020년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캠프는 법정에서 부정선거에 관한 단 한 건의 소송에서도 승소하지 못했다.

그러나 새빨간 거짓말은 보다 심오한 심리를 반영한다. 정치 지도자가 지지자들에게 거짓을 입에 담도록 요구한다면, 그들은 결국 복종하게 된다. <1984>의 결말에서 빅 브러더의 권력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은 윈스턴 스미스가 ‘2+2=5’와 ‘자유는 노예다’라는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이는 장면이다. 최근 매파적인 공화당 외교 정책 자문가들이 “우크라이나가 전쟁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에 맞춰 입장을 바꾸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미국인들은 이제 동맹국들이 미국을 갈취하고 적대국들이 친구가 되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외교 정책만이 이 새로운 전쟁의 전장이 아니다. 새 행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 기존 정책을 바꾸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선 정부 웹사이트에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에 대한 언급을 삭제하고 주요 연구 대학들에 대해 교육 내용에 압박을 가하며, 외국 유학생이 정치적 견해를 표현했다는 이유로 구금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런 시도가 장기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그사이에 위협은 실제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오웰을 언급하고 그의 책을 다시 읽는 일은 진실에 대한 공격이 민주주의의 몰락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우리에게 다시금 상기시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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