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칼럼] 글로벌 공급망 새 질서 에코바디스, 중소기업의 ‘신뢰 여권’이 되다

2025-12-20

데이터 주권 시대와 에코바디스

글로벌 공급망의 규칙이 바뀐 지 오래다. 유럽연합(EU)의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 2024)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ESG 리스크 책임을 원청을 넘어 협력사까지 확장 한다. UN과 OECD의 가이드라인 역시 협력사 ESG 관리를 기업의 핵심 책임으로 명시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180개국 15만여 기업이 참여하는 에코바디스(EcoVadis)는 사실상 ‘공급망 신뢰의 여권’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이런 변화는 이미 현실이다. 화학소재 기업 OCI는 에코바디스 ESG 평가에서 연속으로 골드 메달(상위 5%)을 획득하며 글로벌 ESG 모범 사례로 언급되고 있고, 공장별 에너지·환경 데이터를 정교하게 관리하는 체계를 통해 유럽 고객사와의 신뢰를 강화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협력사 리스크 통합관리(G-SRM), 스마트공장·ESG 컨설팅 프로그램 등을 통해 수많은 협력사의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며 EU 규제 대응 역량을 높이고 있다.

ESG는 더 이상 추상적인 경영철학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운영 시스템의 문제로 이동한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 인프라가 바로 스마트 팩토리와 자동화 기술이다. 자동화 기술에 기반한 정밀한 데이터 관리만이 이 새로운 시장의 언어에 대응할 수 있다.

에코바디스 평가의 심층 해설: 평가기준과 속도 경쟁

에코바디스 평가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체계적이고 성숙하게 관리되는지를 환경, 노동 및 인권, 윤리, 지속가능 조달 네 개 영역에서 증거 기반으로 검증하는 데 있다. 이 평가는 단순한 설문 응답을 넘어, 기업이 지속적인 개선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판단하는 글로벌 기준이다.

1. P-A-R 심사 모델과 데이터 증빙의 기술: 증빙자료의 유효 기간과 평가기준

EcoVadis는 정책(Policy), 실행(Action), 결과(Result)를 종합적으로 심사하는 P-A-R 모델을 따르며, 모든 주장은 문서화된 증거로 입증되어야 한다. 이 증거주의(Evidence - based) 접근법에서 실무자가 가장 주의해야 할 요소는 증빙 자료의 유효 기간이다. 기업의 정책과 실행 관련 문서(규정, 매뉴얼, 교육 계획 등)는 대체로 8년까지 유효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물 소비, 안전사고율 등 KPI(핵심 성과지표) 데이터는 2년 이내 자료만 인정된다. 이 짧은 주기는 기업이 성과 데이터를 계속 갱신하고 추적하는 시스템을 갖추었는지를 확인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즉, 한 번 보고서를 잘 만들어 제출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에코바디스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도” 데이터가 흐르고 있는지, 그리고 그 데이터가 공정·설비·협력사 시스템과 얼마나 정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다. 이 지점에서 MES, ERP, IoT, FEMS 같은 자동화 시스템이 사실상 필수 요건으로 떠오른다. 수작업 엑셀만으로는 2년 주기의 정량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속도 경쟁’을 측정하는 EcoVadis의 채점 기준은 7개의 지표로 구성되며, 이들은 다시 정책(25%), 액션(40%), 결과(35%)라는 세 가지 핵심 영역으로 가중치를 배분한다. 각 지표는 0점부터 100점까지의 점수를 기준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 관리 시스템의 성숙도를 정밀하게 분석한다. 정책(Policy, 25% 가중치) 영역은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경영에 통합하려는 의지를 문서화된 형태로 확인한다. POLI(정책, 20%)는 기업이 환경, 노동, 윤리, 조달 등 각 영역에 대해 공식적인 목표와 절차를 명확하게 수립했는지, 그리고 이를 문서로 명시했는지를 평가한다. 이는 EcoVadis 평가의 근간이 되는 요소로, 정책의 범위와 깊이가 점수를 결정한다. ENDO(외부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 5%)는 기업이 UN 글로벌콤팩트(UNGC), ISO 26000과 같은 국제적인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나 모범 사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이는 기업이 스스로 정한 내부 규정을 넘어, 글로벌 표준과의 동기화 노력을 입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액션(Action, 40% 가중치) 영역은 기업의 정책이 현장에서 실제로 실행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MESU(목표 지원을 위한 조치, 26%)는 정책에서 수립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이 어떤 구체적인 시스템과 절차를 도입했는지 평가한다. 예를 들어, 환경 목표 달성을 위해 FEMS(에너지 관리 시스템)를 설치했거나, 노동 인권 강화를 위해 정기적인 교육 모듈을 인트라넷에 운영하는 등의 실질적 실행 단계가 여기에 해당하며, 이는 높은 가중치를 가진다. CERT(인증, 라벨, 제3자 감사, 14%)는 ISO 14001(환경), ISO 45001(안전 보건), SA8000(사회 책임) 등 공인된 제3자 인증이나 감사를 통해 기업의 시스템이 국제 표준에 부합함을 증명하는 항목이다. 이는 기업의 주장에 대한 객관적 신뢰도를 부여하며, 특히 글로벌 바이어들이 중요하게 보는 요소다. COVE(행동의 커버리지)는 점수가 아닌 수준(Level)으로 평가되며, 위에서 언급한 실행 조치(MESU, CERT)가 기업의 모든 사업장, 모든 직원, 모든 생산 공정에 얼마나 광범위하게 적용되었는지를 측정한다. ‘높은 커버리지’ 또는 ‘매우 높은 커버리지’를 획득해야만 실행 조치에 대한 점수를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으므로, 중소기업은 파일럿 프로젝트가 아닌 전사적 확산에 집중해야 한다.

결과(Result, 35% 가중치) 영역은 기업의 실행이 궁극적으로 어떤 성과를 낳았는지 정량적으로 확인하며, 기업의 투명성을 결정한다. REPO(정량적 KPI 측정 및 보고, 14%)는 온실가스 배출량, 물 소비량, 안전사고율 등 핵심 성과 지표(KPI)를 측정하고 보고하는 체계와 그 성과를 평가한다. 이 KPI 데이터는 2년의 유효 기간이 적용되므로 기업은 자동화된 데이터 수집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의 신선도와 연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Watch(21%) 지표는 EcoVadis 평가 중 가장 독특하고 강력한 요소로, 기업의 내부 문서가 아닌 외부 정보원(NGO, 국제 노동조합, 언론 보도, 정부 제재 등)을 통해 기업 운영과 관련된 긍정적/부정적 논란이나 혁신적인 관행을 수집하고 감지한다. 특히, 심각한 노동 문제나 환경오염과 관련된 ‘심각한 사건’이 발견될 경우, 기업이 내부적으로 아무리 높은 점수를 받았더라도 최종 메달 획득이 불가능할 수 있다. 이 항목은 기업의 데이터 윤리와 실시간 리스크 관리 능력을 AI를 통해 외부에서 검증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EcoVadis의 채점 시스템은 단순 가산점이 아닌, 이 7개 지표의 상호작용과 상대적인 위치를 통해 기업의 ESG 성숙도를 다면적으로 측정한다.

2. 상대평가 전환: ESG는 ‘속도 경쟁’의 영역이다

2024년부터 에코바디스는 평가체계를 상대평가(Relative Ranking)로 전환했다. 플래티넘(상위 1%), 골드(상위 5%), 실버(상위 15%), 브론즈(상위 35%)에만 등급이 부여되며, 이는 전 세계 경쟁사 대비 ‘지속적인 개선의 속도’가 핵심 경쟁력이 됨을 강제한다. 전 세계 기업의 평균 점수가 매년 2~3점씩 상승하는 상황에서, 작년과 같은 점수를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글로벌 시장에서 퇴보하는 것과 같다. EcoVadis가 빠른 개선 속도를 보인 기업에 ‘Fast Mover’ 배지를 수여하는 것 역시 이 속도 경쟁의 중요성을 방증한다.

평가 영역별 세부 검증 기준과 데이터 요구 인사이트

EcoVadis 평가의 각 영역은 국제 기준(UNGC, GRI, ISO 26000)을 바탕으로 하며, 단순한 문서 제출을 넘어 운영 시스템의 기술적 성숙도를 요구한다. 엔지니어와 경영자는 각 영역에서 요구하는 구체적인 KPI와 증빙 수준을 이해하고, 이를 자동화 시스템과 연결해야 한다.

표1의 에코바디스 4대 영역별 세부 검증 기준 및 기술적 대응 인사이트는 EcoVadis 평가를 구성하는 네 가지 핵심 분야인 환경, 노동 및 인권, 윤리, 지속가능 조달에 걸쳐 요구되는 심층적인 기준과 이의 충족을 위해 필요한 기술적 대응 방안을 상세히 해설한다.

환경(E) 영역은 단순한 에너지 소비량 보고를 넘어, 온실가스 배출량(GHG) 측정 및 감축 노력을 최우선으로 요구하며, 특히 생물 다양성 보호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과 실행 근거를 요구한다. KPI 보고서가 2년마다 갱신되어야 하므로, 공장 내 FEMS(에너지 관리 시스템) 또는 MES(제조 실행 시스템)와 IoT 센서를 연동하여 에너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AI 기반으로 효율 개선 성과를 정량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노동 및 인권(L&HR) 영역은 ILO(국제노동기구) 요구사항 준수를 바탕으로 하며, 강제/아동 노동 및 인신매매(착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와 모니터링 시스템의 존재 여부가 핵심 검증 대상이다. 이는 단순한 정책서 제출을 넘어, Safety Vision AI나 IoT 센서를 활용한 고위험 작업장 실시간 안전 관리 시스템과 같이, 엔지니어링 기술을 통한 안전성(Safety) 확보가 요구됨을 의미한다.

윤리(Ethics) 영역은 OECD 반부패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부패 및 뇌물 방지 체계를 평가하며, 특히 책임 있는 정보 관리(데이터 보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평가 기관인 EcoVadis가 AI를 활용하여 기업 운영 관련 잠재적 논란을 360° 워치 결과로 수집하는 상황에서, 기업은 AI 기반 Anti-피싱 시스템이나 블록체인을 통한 데이터 위변조 방지 기술을 도입하여 윤리적 투명성과 위기관리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

지속가능 조달(SP) 영역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노력이 공급망 전체에 걸쳐 확산되는지를 검증한다. 이는 협력사에게 EcoVadis 평가 결과를 요구하거나, 공급망 행동 강령을 배포하고 이에 대한 교육 및 평가 체계를 갖추었음을 증명하는 데이터를 요구한다. 이 영역은 EU의 DPP, CBAM과 직접적으로 연계되며, 공급망의 탄소발자국(Scope 3) 추적을 위한 데이터 통합 플랫폼 구축이 필수적이다.

AI·DX 기반 ESG: 글로벌 선도 기업이 보여주는 방향

글로벌 선도 제조 기업들은 에코바디스, CBAM, 공급망 실사 등 복합적인 요구를 AI·디지털 전환(DX)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에도 방향성을 제시한다.

첫째, 환경(E)과 에너지 측면에서, 일부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은 냉동 시스템·공정 설비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두 자릿수 수준의 전력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 절감 성과는 곧바로 온실가스 감축 KPI로 연결되며, 에코바디스 환경 점수 개선에 직접 기여한다.

둘째, 사회(S) 영역에서는 AI 비전 기반 안전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작업자의 위험 행동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사고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노동·인권(L&HR) 영역에서 안전보건·근로환경 데이터를 정량적으로 확보하게 해, “문서로만 존재하는 안전규정”을 “실제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전환시키는 효과를 낸다.

셋째, 공급망과 거버넌스(G) 측면에서, 글로벌 IT 기업들은 예측적 위험 분석 AI를 활용해 전 세계 뉴스·규제·NGO 보고서를 상시로 모니터링하고, 잠재적 ESG 리스크를 조기에 감지해 대응한다. 이는 에코바디스 360° Watch에서 포착될 수 있는 부정적 이슈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넷째, 지멘스와 같은 제조 솔루션 기업은 디지털 트윈과 탄소 추적 도구를 결합해 생산라인·제품 단위의 탄소발자국을 시뮬레이션하고, 설계 단계에서부터 환경·조달 요건을 반영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배터리 기업들은 전 과정 평가(LCA)를 통해 Scope 3 배출 핫스팟을 분석하고, 공급망 전반의 탄소·원자재 리스크를 관리한다. 이러한 시도는 에코바디스 환경·지속가능조달 영역에서 요구하는 Scope 3 측정 역량과 공급망 투명성을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이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ESG를 규제 준수 비용이 아니라, 효율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이는 투자로 인식하고, 자동화·AI·디지털 트윈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EcoVadis의 요구사항은 이제 스마트 팩토리와 DX(Digital Transformation)기술의 숙명적 과제가 되었다. 자동화 기술은 ESG 경영을 단순히 ‘보고’ 하는 단계에서 ‘운영 효율성 극대화와 리스크 선제적 관리’ 단계로 끌어올린다.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AI, 디지털 트윈, 데이터 통합 기술을 ESG 전략의 핵심 동력으로 활용하며, 최소의 자원으로 최적의 성과를 창출하는 스마트한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 이들의 사례는 EcoVadis 고득점을 위한 기술적 방법론을 제시한다.

CBAM 산정 경로와 데이터 통합 플랫폼 설계

EcoVadis, CBAM, DPP의 요구사항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 중소기업은 DX(Digital Transformation) 기반의 데이터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이 시스템 설계의 핵심은CBAM 규정에 따른 복잡한 배출량 산정 경로를 자동화하는 데 있다.

EcoVadis 환경 및 조달 영역 고득점에 필수적인 Scope 3 데이터의 확보는 EU의 CBAM 규정이 요구하는 제품별 내재배출량(SEE, Specific Embedded Emissions) 산정으로 구체화된다. CBAM은 사업장 경계 내 모든 배출량을 계산하는 국내 배출권 거래제와 달리, 제품 생산에 직접 관련된 배출량만 계산하며, 그 결과는 원단위(tCO2/t)로 제시된다.

CBAM 산정 경계는 사무동, 후생시설 등 제품과 관련 없는 시설을 제외한 시설군(Installation)과 생산 공정(Production Process)을 중심으로 설정된다. 특히 여러 생산 공정에서 공동으로 사용되는 유틸리티(전력, 스팀 등)의 배출량 데이터는 각 제품 생산 공정별로 정확히 할당(Data Allocation)되어야 한다.

표2의 CBAM 기준 데이터 할당 경로 및 EcoVadis 연계는 CBAM이 요구하는 제품 고유 내재배출량(SEE)산정 절차를 EcoVadis 평가 기준과 연결하여 보여준다.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이 할당 방법은 계측값 비율, 가동 시간, 정격 용량, 생산량, 화학양론식 등 기술적 기준을 활용하여 정당성을 확보해야 하며, 이는 EcoVadis가 요구하는 KPI 데이터의 정확도(Data Quality) 증명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가장 난이도가 높은 부분은 전구물질(Precursor)에 대한 배출량 산정이다. CBAM은 제품에 투입되는 원자재 중 특정 물질(예: 알루미늄, 철강 등)에 대해서도 내재배출량을 산정해야 하며, 이 데이터는 EcoVadis의 지속가능 조달(SP)영역에서 요구하는 '공급망 투명성'의 핵심 증거로 활용된다. 따라서 기업의 ESG 시스템은 원자재의 CN/HS 코드를 정확히 파악하고 공급업체 배출 계수를 등록하는 공통 기준 정보(Common Master Data)기반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중소기업을 위한 현실적 행동 지침

인력과 예산이 제한적인 중소기업에게 이 모든 것이 과도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접근 순서를 잘 잡으면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

첫째, 작은 데이터부터 기록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센서와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았더라도 전력 사용량, 폐기물 배출량, 안전사고, 교육 이수율 등을 간단한 양식으로라도 기록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것이 나중에 MES·FEMS·ERP와 연결될 때 초기 데이터베이스가 된다.

둘째, 자가 진단을 통해 현 수준을 파악해야 한다. 환경경영 방침 유무, 전담 조직 또는 담당자 지정 여부, 온실가스 측정 경험, 안전·윤리·조달 정책의 문서화 여부 등을 체크리스트 형태로 점검하면, 에코바디스 평가에서 어떤 영역이 취약한지 명확해진다.

셋째, 정부와 유관기관의 지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ESG·스마트제조 바우처, 한국무역협회·KOTRA의 ESG 컨설팅 및 평가비 지원 사업은 초기 시스템 구축과 교육 부담을 줄여 준다. 일부 기업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활용해 FEMS·간이 ESG 플랫폼을 도입하고 에코바디스 첫 평가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넷째, ESG를 비용이 아닌 신뢰에 대한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에너지 효율화와 불량·폐기 감소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면, 그 절감분을 다시 시스템 고도화에 투입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에코바디스 등급은 이 과정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이자, 글로벌 바이어와의 대화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신뢰의 언어가 된다.

데이터로 신뢰를 짓는 시대, 자동화 기술의 역할

에코바디스 고득점은 이제 기업의 기술적 성숙도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과거에는 품질·납기·가격으로 신뢰를 쌓았다면, 이제는 데이터의 투명성과 연속적인 개선 능력으로 신뢰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다. 스마트 팩토리와 자동화 기술은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를 넘어, 기업의 윤리와 책임,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수치와 데이터로 증명하는 인프라가 되었다. 데이터 주권을 가진 공장, 곧 자신의 배출과 에너지, 안전, 공급망 데이터를 스스로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는 공장만이 에코바디스라는 새로운 언어로 글로벌 시장과 소통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작은 기록에서 시작해, 지원사업과 단계적 시스템 구축을 통해 데이터 기반 ESG 체계를 만들 수 있다. 데이터가 곧 신뢰인 시대, 자동화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앞으로의 수출 경쟁력과 생존을 가르는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다. 중소기업의 경영진과 실무자는 ESG를 피할 수 없는 규제가 아닌, AI/DX 기술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안전 관리 리스크를 예측하며, 글로벌 신뢰(G)를 확보하는 전략적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작은 데이터부터 기록하고, 정부의 지원 제도를 활용하며, 스마트 솔루션을 도입해 이 데이터를 통합하는 기업만이 글로벌 공급망의 ‘신뢰 여권’을 획득하고 새로운 시대의 경쟁 우위를 선점할 것이다. 이 시스템의 구축은 기술의 언어로 기업의 윤리와 경쟁력을 증명하는, 이 시대 자동화 기술의 숙명이다.

이동권, 한컨설팅그룹 전문위원 경영지도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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