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원전 '머니게임' 돕는다…기재부, 수출금융개편TF 가동

2025-12-14

정부가 ‘전략수출금융기금’ 신설을 위한 전담 조직을 꾸려 수출 금융 새판짜기에 나섰다. 최근 전략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방산·원전·플랜트 등에 대한 정부 지원을 크게 늘리되 기업들이 수주 이익의 일부분을 산업 생태계와 공유할 수 있도록 새로운 수출 모델을 만들어낸다는 전략이다.

1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재부는 최근 ‘수출금융개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관계 부처·업계와 전략수출금융기금의 구체적인 설립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신설 기금의 기본 원칙은 기존 정책금융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전략 수출 산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가령 수출입은행은 신용 공여를 할 때 리스크 관리차원에서 수은 자본금의 40%로 제한하고 있어 대규모 수주를 지원하는 데 제약이 크다. 실제로 폴란드와 한국 간 K2전차 2차 수출계약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경쟁국에 크게 못 미치는 금융 지원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기도 했다. 전략산업 분야는 수출 경쟁이 기술과 가격을 넘어 금융 지원까지 포괄하는 ‘머니게임’처럼 변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나마 지난해 국회가 수은법을 개정해 법정자본금 한도를 15조 원에서 25조 원으로 증액했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분석이 많다.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초대형 장기 계약이 이뤄지는 방산, 원전, 플랜트 등에는 별도의 정책금융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가별 한도, 계약 기간, 상대국 신용등급 등을 고려해야 하는 기존 정책금융으로는 방산, 플랜트 분야를 충분히 지원하기 어렵다”며 “기존 방식으로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을 보완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전략수출금융기금의 규모나 재원 등에 대해 아직 정해지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는 최소 10조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기 위한 기금채 발행과 부담금 징수, 정부의 매칭 출연 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출기업의 초과수익에 비례해 준조세인 부담금을 걷어 관련 중소기업 생태계를 키우는 데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기획재정부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강조한 이익공유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익공유의 필요성은 특히 방위산업 내 성장 불균형이 자리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방산 15개 체계기업의 영업이익이 2조 3000억 원으로 급상승했지만 협력업체는 15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이익률도 지난해 기준 체계기업은 12.4%, 협력업체는 6.1%로 절반 이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동반 성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K방산이 반짝 실적을 내는 데 그칠 뿐 재계약 등으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용선 율촌 수석전문위원은 “방산 수출은 단순히 한두 해의 계약으로 끝나는 사업이 아니다”며 “20년 이상 지속되는 유지보수, 성능 개량, 탄약 공급 등 긴 사후 지원 체계에서 중소·중견기업의 참여 없이는 글로벌 고객의 신뢰를 확보할 수 없다”고 했다.

현행 정책금융에서는 수출기업의 리스크가 사실상 ‘제로’라는 점도 제도 개선의 명분이다. 대한민국의 수출시장을 넓히는 차원에서 정부 지원의 당위성이 있지만, 전략산업 분야의 계약 규모가 ‘눈덩이’로 불어나면서 특정 민간기업이 어디까지 수혜를 누릴 수 있느냐는 문제를 간과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국내 방산 업체들의 수출 규모는 2022년 역대 최고치인 173억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는 사상 최초 연간 수출 200억 달러 돌파를 위한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다. 원전의 경우 우여곡절 끝에 올해 6월 약 26조 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5·6호기 건설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이익공유 개념은 기존 정책금융에도 확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수은의 수출금융뿐만 아니라 유상 원조인 대외경제협력기금(EDCF)를 비롯한 공적개발원조(ODA)와 연계해 기업 이익을 얻었다면 일부 공유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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