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조선업, 미래를 준비하자

2025-08-27

“미국 조선산업을 어떻게 육성하면 되나요?” 미국 태평양함대 사령관을 역임한 스콧 스위프트 제독은 최근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토론회에서 이같은 질문을 받자 이렇게 답했다.다. “우선, 충분한 생산능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양(생산력)이 질(기술력)을 만듭니다." 그는 이어 고숙련 노동력이 조선업에 유입되도록 투자하고, 공급망을 잘 구축하는 한편 안정적인 (함정) 수요를 의회가 보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조선업의 과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어쩌면 산업 정책은 대체로 보편적인듯 하다. 첫째, 적극적 투자를 통해 설비를 현대화해야 한다. “현대전의 승패는 전장에서가 아니라 공장에서 판가름난다”는 경구가 있다. 미·소 경쟁에서 보았고 미·중 경쟁도 본질은 같다.

HD현대중공업(329180), 한화오션(042660), 삼성중공업(010140) 등 주력 조선소들은 1970년대 완공돼 이제 장년에 접어들었다. 준공 당시에는 최신 생산 설비와 레이아웃을 갖췄지만, 현 시점에선 아쉬운 점이 많다. 중국은 2021년 이후 54개 조선소를 확장 또는 재가동 중인데, 일부는 우리보다 앞선 첨단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둘째, 적절한 보상과 정주 여건 마련을 통해 우수 인재가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 조선업은 제조업 중에서도 노동 집약도가 높다. 조선업은 10만 명 이상을 고용하는 지역 경제와 일자리의 버팀목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젊은 층 취업 기피와 고숙련 고령자의 퇴직으로 인한 인력 공백 우려가 상당하다. 미 방산업체 ‘배스 아이언 웍스’의 찰스 크루그 사장은 인터뷰에서 “미 조선업의 문제는 결국 인력 문제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미 조선소 이직률은 평균 20~22%, 심한 곳은 30%가 넘는다. 한국 조선업 취업자의 1년내 조기 퇴사율이 30%를 넘어섰다는 일부 조사가 나온 바, 인력수급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셋째, 조선업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 조선업 생태계는 산·학·연으로 구성된 혁신 클러스터, 조선소·기자재 업체로 연결된 공급망 클러스터, 원·하청 업체의 상생협력관계, 노동자·사용자의 동반자 관계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한다. 모든 관계는 신뢰에 기반하고 신뢰를 잃으면 존속이 어렵다. 세계 최강인 한국 조선 생태계를 글로벌 혁신의 허브로 발전시킬 때다. 미국 등 상호 보완성을 가진 국가들과 산업 생태계를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할만 하다.

넷째, 방산 부문은 군과 조선소 간 협력이 중요하다. 함정은 전적으로 군 수요에 의존한다. 한국의 특수한 안보 상황과 글로벌 함정 신조·MRO(유지·보수·정비) 수요를 고려하면 방산 부문 성장 잠재력은 매우 크다. 방산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투자 확대가 필요하며, 군이 중장기 예산 계획과 발주 수요를 공유한다면 더 많은 민간 투자를 유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한국 조선업의 성공 신화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의 도전 정신에서 시작됐다. 또 세계 최초로 메가블록공법을 도입해 생산을 혁신했고, 부유식 LNG(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와 쇄빙LNG운반선 등 세상에 없는 제품도 만들어 냈다.

최근 경쟁국 대비 가격에서 밀리고 기술격차도 줄고 있다. 2003년 일본 조선학회지에 실린 미국인 전문가의 평가가 재미있다. “과거 일본 조선업의 성공은 공정 혁신과 제품 혁신에서 나왔지만, 요즘은 품질 개선과 비용 절감으로 경쟁하려 한다. 혁신 없이 효율화로만 경쟁 우위를 지키기는 어려워 장기적으로 일본의 위기라고 본다.” 20년이 지난 오늘날 그의 진단이 한국 조선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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