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전집 오류 바로잡고 누락된 자료 보완
조선 전기의 자유인, 김시습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불러낸 기준판 전집이 나왔다. 부여문화원과 (사)매월당김시습기념사업회는 『신편신역 김시습 전집』(전 6권)을 최근 간행했다. 신편신역·주해는 김시습 연구의 권위자로 꼽히는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명예교수가 맡았다.
이번 전집은 단순한 재정리가 아니다. 제목 그대로 '신편(新編)'과 '신역(新譯)'을 내세워, 원문 교감부터 번역, 자료 보완까지 텍스트의 토대를 새로 다진 결정판에 가깝다. 기존 전집과 연구 성과를 폭넓게 검토하되, 오류를 바로잡고 누락된 자료를 보완해 김시습 텍스트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은 절의의 상징으로, 또 『금오신화』를 남긴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삶과 사유는 한 가지 얼굴로 규정하기 어렵다. 단종을 향한 절개를 지키면서도 현실 정치의 중심에서 물러나 유람과 사유의 길을 택했고, 유가·불가·도가를 넘나드는 폭넓은 사상 세계를 시와 산문으로 남겼다. 조선 전기의 문학·사상·예술을 한 몸에 품은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신편신역 김시습 전집』은 이러한 김시습의 전모를 한 질로 조망한다. 시·문·별집·속집·부록을 체계적으로 엮어, 작품의 성격과 갈래에 따라 독서의 흐름을 잡았다. 특히 속집은 기존 체제를 존중하면서도 수록 작품을 면밀히 재검토해 증보·재구성함으로써, '찾아 읽기'와 '정본화'라는 전집의 목적을 분명히 했다.
이번 전집의 가장 큰 특징은 '읽히는 전집'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원문에 대한 정확한 교감과 충실한 수록에 더해, 번역문 곳곳에 역자 해설을 덧붙여 문장과 시대 사이의 간극을 메웠다. 고전 한문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도 김시습의 사유와 문제의식을 따라갈 수 있도록 길을 내준 셈이다. 연구자만의 참고서가 아니라, 오늘의 독자에게도 열려 있는 전집이라는 편집 방향이 분명하다.
자료적 성과도 눈에 띈다. 불교 관련 시문과 저술은 『한국불교전서』를 바탕으로 원문을 다시 교감해 오류를 바로잡았고, 기존 전집에서 빠졌던 자료들도 새롭게 수록했다. 1493년 무량사에서 간행된 『법화경』 발문, 불갑사 소장 『수능엄경』 발문, 일본 내각문고에서 확인된 『임천가화』 등은 이번 전집이 '신편신역'이라는 이름을 스스로 증명하는 대표적 성과다.
전집 간행의 배경 역시 의미를 더한다. 김시습의 마지막 거처인 부여를 중심으로, 부여군의 지원과 부여문화원의 제도적 추진, (사)매월당김시습기념사업회의 지속적인 노력, 그리고 불교계와 강릉김씨 종인들의 참여가 맞물려 완성됐다. 한 인물의 언어를 지역의 문화유산으로 복원해 전국, 나아가 세계와 다시 연결하는 공동의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시습의 글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 자유롭게 사유하고 경계를 넘나들며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그의 태도는 오늘의 독자에게도 여전히 질문을 던진다. 『신편신역 김시습 전집』은 그 질문을 가장 단단한 텍스트 위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마련된 출발점이다. 고전을 새로 읽고, 지금의 삶을 다시 묻고 싶은 독자라면 한 번쯤 주목해볼 만한 전집이다.
부여문화원.(사)매월당김시습기념사업회. 5000쪽.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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