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번 홀로 출발해 17번 홀까지 8개 홀에서 파 행진이 이어졌다. 장타 1위는 물론 그린적중률까지 1위에 올라 있는 이동은의 시작은 견딜 수 없는 지루함 그 자체였다. 그런데 버디보다 보기가 먼저 나왔다. 18번 홀(파4)에서 티샷이 페어웨이를 가로 지르는 연못(페널티 구역)에 빠지면서 보기가 나온 것이다. 이 홀은 우드나 아이언으로 연못 앞까지 끊어 가는 전략을 구사하는데, ‘장타 1위’의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만 티샷이 너무 멀리 가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 힘은 곧바로 진가를 드러냈다. 내리막 경사가 심한 1번 홀(파4)에서 단 한 번의 티샷으로 그린 위에 공을 올린 뒤 이글을 잡은 것이다. 그것도 3번 우드로 친 티샷이 296.8야드를 날아갔고 공은 핀 3.5m 거리에 붙어 이글로 연결됐다.
10일 함정 많은 코스로 유명한 하이원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첫 날 ‘환상의 샷’ 2개가 터져 나왔다. DB그룹 한국여자오픈 우승으로 상금 랭킹 3위에 올라 있는 이동은도 그 주인공 2명 중 한 명이 됐다.

이동은은 자신의 10번째 홀에서 나온 ‘환상 이글’로 언더파 스코어를 잠시 찍었지만 이후 2개의 보기를 더해 결국 1오버파 73타로 1라운드를 마쳤다.
이날 이동은 못지않게 멋진 샷을 날린 선수가 또 있다. 지난 주 롯데 오픈에서 실수로 오구플레이를 하게 돼 실격을 당했던 권서연이다.
이날 1번 홀로 출발한 권서연은 2번과 3번 홀에서 연속보기를 범하더니 7번 홀에서도 다시 보기로 흔들렸다. 하지만 그에게도 한 방이 있었다. 8번 홀(파3)에서 141.9야드 거리에서 홀인원을 터트린 것이다. 이 홀에 걸린 600만 원 상당의 ‘세라젬 마스터V9’은 권서연의 몫이 됐다. 이 홀인원 이후 곧바로 9번 홀에서 보기가 나오면서 스코어카드에는 ‘보기-홀인원-보기’가 찍혀 ‘보기와 보기 사이’ 홀인원이 됐다. 후반 9홀에서 버디와 보기를 2개씩 교환한 권서연은 2오버파 74타로 1라운드를 마쳤다.
2022년에도 홀인원 2개를 작성한 권서연은 통산 홀인원을 3개로 늘렸다. KLPGA 투어 최다 홀인원 기록은 양수진의 5회이고 4회를 기록한 선수는 최유림, 정일미, 이정민, 이소영, 안송이, 김리안까지 6명이다.
이동은과 권서연은 아주 ‘특별한 샷’을 터트렸지만 순위는 중위권에 머물러 대회 2라운드에서 컷 오프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