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 중 모체에 생긴 염증이 아이가 출생 후 소아 천식 등 알레르기성 질병을 유발하게 만드는 기전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엄마의 몸에 생긴 염증이 태반으로도 이어져 태아의 스트레스 반응 조절 시스템에 영향을 주고 면역체계에도 영향을 미쳐, 아이가 태어난 후 알레르기 반응이 더 강해진다는 연구 결과다.
카이스트는 이흥규 생명공학과 교수, 권명승 의과학대학원 박사 연구팀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점막면역학 분야 학술지 ‘뮤코잘 이뮤놀로지’에 지난달 1일 게재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팀은 임신한 생쥐에게 과도한 염증을 유발하는 실험을 통해 이를 입증했다. 면역계에서 염증 반응을 유도하는 대표적인 물질로 알려진 독소 성분인 ‘LPS(리포폴리사카라이드)’를 주입해 몸에 염증 반응이 일어나도록 만들었고, 이로 인해 태반에도 염증이 발생했다. 염증에 대응하기 위해 태반에서도 백혈구가 활발히 움직였고 이는 태아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스트레스 호르몬인 글루코코르티코이드가 많이 분비되면서 태아의 면역 체계에 중요한 변화를 유도했다. 태아의 몸에서 면역체계의 기억을 담당하는 T세포가 더 오래 살아남고, 기억 기능이 더 강해졌다.
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T세포가 출생 후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항원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때 과도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결과 태어난 쥐의 기도에 대표적 알레르기 원인물질인 집먼지진드기를 노출하자 알레르기와 천식 반응에 중요한 면역세포가 증가하는 강한 호산구성 염증 반응과 면역이 과도하게 활성화됐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임신 중 엄마의 염증 반응이 태반을 통해 태아의 알레르기 면역 체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며 “앞으로 소아 알레르기 질환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개발과 예방 전략 마련에 중요한 과학적 근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개인기초연구사업 및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