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콜로라도대 의대 연구팀, ‘네이처’ 발표
감염 이후 유방암 등 암세포 2주 만에 전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휴면 상태의 암세포를 활성화시켜 재발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팬데믹 당시 암 환자들의 사망률이 증가한 이유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가 제시된 셈이다.
미국 콜로라도대 의대 제임스 디그레고리 교수 연구팀은 3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단순히 암세포를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을 폭발적으로 증식시켰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유방암, 전립선암, 피부암 등 특정 암의 '관해기(휴면기)'에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관해기는 증상이 사라졌다고 판단되는 시기지만, 일부 암세포는 몸속에 숨어 살아남는다. 특히 골수와 같은 조직에 은밀히 자리 잡은 휴면 암세포는 시간이 지나며 다시 활성화되거나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유방암 생존자의 25%는 이 같은 재발을 경험한다.
연구팀은 유전적으로 유방암을 유도한 실험용 생쥐에 휴면 암세포를 이식한 후, 코로나19와 독감 바이러스를 감염시켰다. 실험 결과, 감염 이후 암세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해 2주 만에 전이가 진행됐다.
디그레고리 교수는 “휴면 암세포는 마치 불씨가 꺼진 잿더미와 같고,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불씨를 다시 살리는 바람과 같다”고 설명했다.
흥미롭게도 연구팀은 바이러스 자체보다는 바이러스 감염 시 발생하는 면역 반응의 매개물질인 '인터루킨-6(IL-6)'에 주목했다. IL-6가 결핍된 실험쥐에서는 암세포의 증식 속도가 확연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향후 폐 외의 다른 장기나 다른 암 유형, 그리고 일반적인 병원균에 대해서도 유사한 현상이 발생하는지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디그레고리 교수는 “암 생존자라면 호흡기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 접종 등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권 기자 t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