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우주정거장으로 ‘설사·복통 유발’ 식중독균 옮겼다니…왜?

2025-08-03

살모넬라균·병원성 대장균 ISS 이송

무중력 환경에서 성질 변화 관찰

장기 우주여행 대비 치료·예방 연구

고도 약 400㎞의 무중력 환경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인간에게 병을 일으키는 세균이 이송됐다. 위험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런 임무가 시행된 이유는 곧 다가올 우주여행 시대를 대비한 의료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세균은 무중력에서 독성이 강해지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제와 예방법을 연구하려는 것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미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드래건’이 이날 오전 2시27분 ISS에 도킹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NASA는 스페이스X가 제작한 드래건을 빌려 우주 비행사를 ISS에 정기적으로 올려보내고 있다.

발사 15시간 만에 ISS에 도착한 드래건에는 우주 비행사 4명이 탑승했다. 이들은 수개월째 ISS에서 과학 연구 임무를 수행 중인 기존 우주비행사들과 교대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 우주 비행사들에게는 중요한 임무가 하나 더 있다. 지구에서 공수한 세균을 ISS에서 키우는 것이다. 이번 임무를 설계한 이스라엘 병원 세바메디컬센터와 미국 우주기술회사 스페이스 탱고는 살모넬라균 2종과 병원성 대장균 1종을 ISS에서 수개월간 키우다가 지구로 가져오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구 중력이 그대로 구현되는 지상 실험실에서 성장한 같은 종류의 세균과 생물학적 성질을 비교하려는 것이다.

살모넬라균과 병원성 대장균은 사람에게 감염되면 설사, 복통, 구토 등을 동반한 식중독을 일으킨다. 대형 병원이 갖춰져 있지 않은 ISS에 우주 비행사들이 이 같은 세균을 가지고 올라간 것은 상당한 ‘모험’이다.

그런데도 이 임무가 추진된 것은 빠르게 다가오는 우주여행 시대에 대비한 의료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다. 일부 예외도 있지만 대개의 세균은 무중력 공간에서 독성이 증가한다. 세균 내 단백질과 세포벽 특징이 변하는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수개월 이상의 장기간 우주여행에 나선 우주비행사는 방사선 노출과 신체적·심리적 스트레스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져 있다. 이런 상태에서 독성이 강해진 세균과 맞닥뜨린다면 대규모 질병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인류의 유력한 정착 후보지로 거론되는 화성까지 가려면 우주선 안에서 최소 6개월을 보내야 한다. 비행 기간 내내 태양에서 날아드는 방사선을 맞아야 하고, 좁은 우주선 안에서 한정된 신체 활동을 감수하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병에 걸리기 딱 좋은 환경이다.

세바메디컬센터는 공식 자료를 통해 “ISS에서 시행되는 이번 실험으로 병원성 세균이 우주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