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 생제르맹(PSG)이 구단 사상 첫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을 확정한 순간, PSG 응원석에는 거대한 통천이 펼쳐졌다. 그 통천에는 현 PSG 사령탑인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PSG 유니폼을 입은 한 소녀와 함께 있는 장면이 그려져 있었다.
엔리케 감독과 함께 있는 소녀의 이름은 다름 아닌 엔리케 감독의 딸 사나다. 정확히는 10년 전 엔리케 감독이 바르셀로나(스페인)을 이끌고 UCL 정상에 올랐을 때 찍힌 사진을, 사나의 유니폼만 PSG로 바꿔 그린 것이다.
하지만 10년 후 다시 펼쳐진 우승 세리머니 현장에 사나의 모습은 없었다.
사나는 2019년 골육암 판정을 받았고, 그해 8월 9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슬픔에 잠긴 엔리케 감독은 이후 재단을 설립, 골육암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돕고 나섰다.
엔리케 감독은 딸의 죽음으로 충격에 빠져 2018년 7월 잡은 스페인 대표팀 지휘봉을 11개월 만에 내던졌다. 이후 스페인축구협회가 2019년 11월 다시 엔리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지만, 스페인이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모로코에 패해 탈락하자 엔리케 감독은 다시 물러났다.

그렇게 끝나는 듯 했던 엔리케 감독의 경력은, PSG 사령탑에 부임하면서 180도 달라졌다. 네이마르와 킬리안 음바페, 리오넬 메시의 초호화 멤버로도 UCL 우승에 실패했던 PSG는 UCL 우승을 이끌 적임자로 엔리케 감독을 선택했다.
엔리케 감독은 PSG에 부임하자마자 음바페 등 스타 선수들을 내보내고 어리지만 재능이 넘치는 선수들로 팀을 개편했다. 그리그 그 결과는 대성공으로 끝났다. PSG는 리그1, 프랑스컵, 슈퍼컵에 이어 UCL 우승까지 거머쥐며 ‘쿼드러플(4관왕)’의 역사를 써냈다.
엔리케 감독은 10년 전 바르셀로나에서 UCL 우승을 차지할 때는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네이마르 등 화려한 공격진의 덕을 봤다는 평가를 들었다. 하지만 이번 우승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엔리케 감독의 지도력이 만들어낸 결과다.
우승을 확정한 뒤 엔리케 감독은 PSG 깃발을 든 만화 캐릭터 둘이 그려진 티셔츠로 갈아입었다. 딸 사나를 기리는 티셔츠였다.
엔리케 감독은 “사나는 항상 우리와 함께한다. 우린 늘 사나를 생각한다. 패배할 때조차 사나의 존재를 느꼈다”면서 “(통천을 준비해 준) 팬들의 마음이 아름다웠다.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