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등의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5.08.12. [email protected] /사진=류현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이어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도 구속 수감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차기 지도부를 뽑기 위한 전당대회를 진행 중인 국민의힘의 내부 균열이 선명해지는 모습이다. 당 지도부는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언급을 최소화하는 '침묵 전략'을 고수하지만 당내에선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옹호와 공격, 절연 요구가 뒤엉키며 노선 갈등이 노골화되는 모습이다.
12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김 여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당을 떠난 사람"이라며 별도의 논평을 자제했다. 이날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현장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나 합동연설회 축사 등에서 김 여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전 대통령 재판이나 김 여사의 신병 문제와는 거리를 두고 '3특검'(내란 특검·김건희 특검·채해병 특검)의 잇단 압수수색과 무차별적인 수사 대응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송 비대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사와 이후 과정이 정당하고 공정하게 진행되고 법과 절차에 맞게 진행되면 좋겠다"는 정도의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가 열린 1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장동혁 당 대표 후보가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2025.08.12. [email protected] /사진=하경민
이러한 지도부의 '침묵' 기조와는 달리 전당대회 국면에선 당내 목소리가 갈리고 있다. 당 대표 선거에 나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이날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재명 정부가) 특검을 앞세워 윤 전 대통령에 이어 김 여사까지 동시에 구속하겠다고 한다"며 "지금 진행되는 '3대 특검'은 이재명 정권이 일방적으로 강행·임명한, 철저히 편향된 정치적 목적의 특검이다. 증거와 절차가 아니라 여론몰이와 정적 제거를 목표로 하는 정치쇼"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반탄'(탄핵 반대) 인사다.
지난 7일 김 후보는 보수 성향 유튜버 전한길·고성국·성창경·강용석 씨 등이 공동 진행한 자유 우파 연합 토론회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이 입당하면 받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당연히 받겠다"며 "그분이 계엄을 해서 누가 죽었거나 다쳤나. 6시간 만에 계엄이 해제됐다"고 밝힌 바 있다. 김 후보와 당 대표 경쟁을 하고 있는 장동혁 후보도 지난달 31일 토론회에서 "윤 전 대통령은 당에 도움이 되는 순간에 입당 신청을 할 텐데, 그걸 못 받을 이유는 없다"고 했다. 장 후보는 김 후보와 함께 반탄파로 분류된다.
반면 찬탄파인 조경태 후보나 안철수 후보는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을 강조하고 있다. 조경태 후보는 이날 부산에서 진행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국민을 배신하고 국민 당원을 배신한 건 윤 전 대통령"이라며 "우리 당은 아직 탄핵을 반대하고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윤 어게인'(다시 윤석열)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반드시 반드시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가 열린 1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조경태(왼쪽부터), 장동혁, 안철수, 김문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합동연설회가 끝난 뒤 무대에 올라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08.12. [email protected] /사진=하경민
안철수 후보도 "선동가들은 아직도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꽁무니를 붙잡고 우리끼리 뭉치면 산다고한다"면서 "친길(친 전한길) 당 대표, 윤 어게인 당 대표를 세우면 어떻게 되겠나.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파놓은 계엄 정당, 내란 정당 늪에 그대로 빠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새 지도부가 꾸려진 이후에도 이러한 내분 상황이 쉽게 수그러들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누가 당 대표로 당선되더라도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본명 전유관)씨로 대변되는 극우 보수세력의 당내 영향력이 줄어들지 않으면 찬탄파, 혁신파 등과의 노선 투쟁이 더욱 격화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 한 재선의원은 머니투데이 더 300(the300)에 "이번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중도 확장은커녕 지지층 분열에 따른 후유증만 키우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있다"며 "특검 수사가 속도를 낼수록 당내에서 (찬탄파와 반탄파가) 서로를 비방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는데 새 지도부가 이를 얼마나 컨트롤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