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코스피 5000 시대가 가능할까

2025-08-03

국내 증시가 ‘검은 금요일’을 맞은 지난 1일은 ‘코스피 5000 시대’ 달성이 힘들겠구나를 보여준, 역설적으로 완벽한 하루였다. 시장을 무시한 채 투자자의 기대를 저버리고 기업을 때려대며 추진하는 세제와 입법 일방통행이 불러올 혼란의 전주곡 같았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달까지 코스피는 17%가량 상승했다. 코스피 5000 시대 달성을 천명하며, 기업이 번 돈이 주주에게 갈 수 있도록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식 시장 활성화를 통해 국민의 자산을 늘려 가계의 과도한 부동산 집중을 낮추겠다는 ‘이재명식 머니 무브’에 투자자가 호응한 덕이다. 경영계의 반발에도 통과시킨 주주 충실의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은 약속의 증표였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와 주식 투자자의 허니문은 오래가지 못할 분위기다. 개인투자자들이 ‘증시 계엄령’이라 명명한 지난달 31일의 ‘2025년 세제 개편안’ 때문이다. 증세 기조 속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종목당 50억원→10억원 보유)을 다시 낮추고, 내년부터 도입할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 세율(35%)을 입법안(20%)보다 높였다. 증권거래세도 다시 올렸다.

증시 부양에 역행하는 조치는 투자자의 격렬한 반발을 샀다. 대주주 지정을 피하기 위한 회피 매도 물량으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는 국내 증시의 고질병이 재발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높은 문턱과 더 세진 최고 세율로 시장이 기대하는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시장의 반발은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 1일 하루에만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116조원이 증발했다. 대주주 양도세 확대(2조3000억원)와 증권거래세(2000억원) 인상에 따른 연간 세수 증대 효과도 사라진 시총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다. 당장 “정부가 민생지원금 지급(13조원)으로 돈이 부족해 증세에 나서며 지원금 15만원과 수십만~수백만원의 투자금을 맞바꿨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무엇보다 정책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정권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대주주 기준도 어이가 없지만, 더 황당한 건 투자자를 우롱하는 듯한 여당 의원의 핑퐁 게임이다. 투자자의 거센 반발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세제 개편안 재검토를 시사했다. 하지만 이튿날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목표는 비단 코스피 5000만이 아니며, 국정 과제를 위한 수백조 재원도 마련해야 한다”며 개편안 강행 의지를 피력했다.

국회의 졸속 입법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투자자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한 법안을 추진하면서 저항을 실제 눈으로 확인하자 부랴부랴 재검토 운운하는 건 무능한 여당의 입법 독재로밖에 볼 수 없다. 거대 여당 입장에서는 법안 바꾸기가 손바닥 뒤집기보다도 쉬울 테니 ‘고치면 되지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겠지만, 법·제도의 안정성과 신뢰 없이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시장에 선뜻 투자할 이는 없다.

수위를 높여가는 기업 때리기도 증시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불안 요인이다. 증시를 견인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은 기업 실적이다. 문제는 기업 실적을 갉아먹을 메가톤급 악재가 줄줄이 대기 중이라는 데 있다. 경기 둔화 속 실적 부진으로 지난해 기업의 법인세 납부가 줄자 줄어든 세수를 메우겠다고 정부는 법인세율을 1%포인트 인상했다.

여당이 본회의 처리를 벼르는 더 센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도 기업을 죄어온다. 특히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해 하청 노동자가 원청 업체와 노사 교섭을 할 수 있고, 구조조정·공장 해외 이전 등을 이유로 파업도 가능한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다단계 협업체계로 이뤄진 조선이나 자동차 산업은 쟁의의 늪에 빠질 수 있다. 경쟁력 약화와 실적 악화는 피할 수 없다. 산업 공동화 우려까지 고개를 든다.

손익을 따지기엔 이르지만 어쨌든 관세 협상의 청구서도 기업의 몫이 될 터다. 이번 협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형해화하며 기업이 감당해야 할 부담은 커졌다. 한국 기업의 숙명과도 같은 ‘국가 충실의 의무’에 얽매여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선 기업이 내놓아야 할 것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정부, 등 돌리는 투자자, 경쟁력을 잃고 실적이 나빠지는 기업. 만약 이 조합대로면 코스피 5000은 당분간 밟기 힘든 고지다. 선택은 둘 중 하나다. 이런 조합을 막을 전향적인 법과 제도 개선, 아니면 코스피 5000 시대의 포기다. 다른 선택지가 있을지는,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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