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중고 거래와 수출 규모가 성장세를 달리는 가운데 중고거래 전반에 대해 의제매입세액공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는 조만간 관련 법안을 발의해 중고거래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 지원에 나선다.
정지선 서울시립대 교수는 15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커지는 중고거래시장, 세계 경쟁을 위한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의제매입세액공제 적용 대상을 중고거래 전반으로 확대하고, 공제율을 중고자동차와 동일한 110분의 10으로 통일할 것을 제안했다.
우리 정부는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농산물 등을 구입한 금액에 대해 매입세액을 공제받도록 '의제매입세액공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부가가치세법상 중고거래 사업자는 일반 소비자에게 중고품을 구매할 때 매입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지만, 재활용폐자원과 중고자동차 등에 한해 의제매입세액공제를 허용한다. 중고거래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의제매입세액공제 대상을 중고거래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교수는 “매입세액 공제가 안되면 환수 효과라든가 누적 효과가 발생하고, 이 자체도 부가세 기본 원리에 위배된다”면서 “누적 효과나 환수 효과를 제거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공제율을) 110분의 10으로 가는게 맞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국내 중고거래 규모가 늘고 중고품 수출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배경으로 꼽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 자료를 인용해 국내 중고거래 시장이 올해 41조원에서 2030년 82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주, 뉴질랜드, 스위스 등 해외 주요국은 중고품 매입 시 일정 비율로 의제매입세액공제를 적용하고 있다.
김종익 딜리버드코리아 대표는 이미 중고품 수출이 활성화 된 일본의 사례를 들어 우리나라도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메루카리와 연계하는 중고품 수출 중개기업이 30곳 이상이다. 상위 기업은 연간 거래액에 1조원이 넘는다. 중고품 수출에 대해 10% 부가세 환급이 긍정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중고거래 수출 같은 경우 부가세 환급이 안 되니 수익성이 떨어지는 구조적인 한계점이 있다”면서 “(제도 개선으로) 환경이 만들어지면 돈이 되는 시장에 많은 기업이 참여해 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고거래 시장이 개인 간 거래에서 산업으로 성장하는 점을 감안해 현행 부가가치세법의 취지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박세훈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사업자가 중고품을 매입할 때 이미 부가가치세가 징수됐음에도 불구하고 매입세 공제를 못 받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중고물품이 개인 간 거래 영역에 머물렀을 때는 부가세가 문제가 안 됐지만, 시장이 활성화되고 사업자가 들어가는 순간 부가세 체계가 이상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부가세 징수가 끝난 문제에 대해서는 의제세액매입공제로 걸러내는 것이 이론적으로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를 개최한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은 관련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이 의원은 지난 5월 영세 중고사업자 세금 부담 완화, 거래 투명성 강화를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을 보완해 새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정부 또한 관련 내용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지훈 기획재정부 부가가치세과장은 “(의제매입세액공제 제도 개편으로) 여러 가지 시장 경쟁 질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종합적이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이인선 의원이 이미) 법안을 발의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면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