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참을수 없는 정책의 가벼움

2025-10-27

“문재인 정부 시절 26번의 부동산 정책이 생각났습니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를 보고 이같이 촌평했다. 정책 발표 보름도 지나지 않아 수차례의 오류 정정과 입장 번복으로 시장에 혼란을 불러일으킨 데 대한 평가다. 문재인 정부 당시 5년간 이어진 잦은 규제에 시장은 내성이 생겼고 새 규제가 추가될 때마다 오히려 집값은 걷잡을 수 없이 폭등했다.

이 같은 혹평이 나온 것은 정책의 가벼움 때문이다. 정책 발표 후 잦은 수정과 번복이 이뤄지면서 시장에서는 규제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은행권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은 주택담보대출 대환대출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 규제 적용을 70%로 번복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6·27 대책 때도 비슷한 지적이 있어 이후 예외를 인정했는데 이 부분을 미리 검토하지 않았다는 점이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실제 금융 당국은 서민의 이자 부담 경감을 가로막는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대환대출 LTV에도 10·15 대책이 적용되는지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받는 대출인 전세퇴거자금대출 LTV도 규제 발표 9일 뒤에야 70%를 적용하라고 안내했다. 정책이 우왕좌왕하는 며칠 새 당장 돈 구할 곳이 막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실수요자들만 불안에 떨어야 했다.

정책 혼선을 넘어 명백한 오류가 발견돼 뒤늦게 정정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정부는 규제지역 비주택 담보대출의 LTV도 10·15 대책에 따라 40%로 강화된다고 했다가 이틀 만에 기존 70%가 유지된다고 정정했다.

부동산처럼 시장 민감도가 높은 분야에서는 무엇보다 신뢰와 일관성이 정책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대다수 국민들에게 집을 사고 파는 일은 일생일대의 중요한 의사 결정 중 하나다. 정부는 이번 10·15 대책에 이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보유세 인상 등 추가 대책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책 책임자들은 자신들의 말 한마디에 수많은 국민들의 인생 계획표가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을 무겁게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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