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환경에서 콘텐츠는 더 이상 단순한 '홍보 수단'이 아니다. 지금은 브랜드 자체가 곧 콘텐츠로 인식되고 있다. 소비자와 지속적인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핵심 매개로 작용하고 있다. 수많은 정보가 실시간으로 생성되고 소비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에서는 브랜드의 고유 메시지를 일관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한국인터넷소통협회 부설 '더콘텐츠연구소'가 SNS 상에서 주목할 만한 브랜드 사례를 분석하고, 브랜드가 소비자와 보다 '똑똑하게' 소통하기 위한 세 가지 핵심 전략을 제시했다.
첫 번째 전략은 소비자의 정서와 일상에 맞닿는 '공감형 콘텐츠'다. 소비자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감정을 반영해주는 브랜드 콘텐츠에 감정적 유대를 느끼며, 이를 통해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애착을 쌓아간다. 대표적 사례로 DB생명의 생활정보이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3040세대 여성 타깃층의 주된 관심사인 운동, 맛집, 뷰티, 핫플레이스 등 트렌드에 따른 다양한 주제를 활용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10대, 20대가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로 확장하며 잠재 고객을 유인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또한, 29cm는 일러스트레이터 '섭섭' 작가와 협업해 운영 중인 고민 상담 콘텐츠도 주목받고 있다. 브랜드 채널 팔로워가 직접 고민을 보내면, 작가는 귀여운 일러스트와 재치 있는 해석으로 이를 콘텐츠화해 공감과 재미를 동시에 제공한다. 이는 브랜드가 단순한 상품 플랫폼이 아니라, 고객의 감정에 반응하는 감성적 브랜드로서 인식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공감형 콘텐츠는 단순히 조회수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와 브랜드 간의 정서적 충성도를 이끌어내는 핵심 전략이다. 이는 장기적 브랜딩 관점에서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닌 접근법이다.
두 번째 전략은 실제 경험과 참여 기반의 '경험 콘텐츠'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거나, 타인의 실사용 후기와 실험적 접근을 접하면서 구매나 정책 수용에 더 큰 신뢰를 갖게 된다.
지그재그는 이 전략을 실천한 대표적 브랜드 콘텐츠다. 임직원이 직접 출연해 자신의 체형과 취향에 맞는 쇼핑몰을 추천하며 실용적인 쇼핑 정보를 공유했다. 브랜드 내부 인력을 활용해 신뢰성과 현실감을 동시에 확보한 사례다.
오늘의 집은 '3천 원으로 흔적 없이 벽지를 복구하는 방법'처럼, 일상 속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로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했다. 이는 브랜드 이미지와 실용적 콘텐츠가 효과적으로 결합된 사례로, 고객의 자발적인 공유와 긍정적인 인식을 유도했다.
더콘텐츠연구소는 이와 같은 경험 콘텐츠에 대해 “단순한 후기나 정보 제공을 넘어, 브랜드가 직접 실험하고 검증한 신뢰 가능한 콘텐츠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것이 관건”이라며,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정보 중심의 콘텐츠가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는 중요한 축이라고 분석했다.
세 번째 전략은 브랜드 내부 구성원 특히 임직원 및 대표가 직접 콘텐츠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는 브랜드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투명성과 전문성을 드러내는 일종의 '소통 행위'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 및 임직원의 참여가 어려운 환경이라면 외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여 브랜드 철학과 진정성에 신뢰를 높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자사의 기술력을 스토리 콘텐츠 형태로 풀어내는 '테크스토리' 시리즈를 운영 중이다. 기술 개발에 참여한 실무자가 직접 콘텐츠를 제작함으로써, 브랜드의 기술 철학과 전문성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있다.
새만금개발공사 또한 전문가를 초빙해 사업 관련 내용을 칼럼 형태로 발행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관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SNS를 통해 고품질 정보를 제공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 형성에 기여하는 콘텐츠 전략으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브랜드 대표가 직접 콘텐츠에 등장해 스토리텔링을 이끌어가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선양소주는 1인 창업 당시부터 대표가 직접 인스타그램 채널에 출연해 브랜드 스토리와 철학을 풀어내며, 고객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더콘텐츠연구소는 이에 대해 “임직원 콘텐츠는 특히 B2B나 공공기관에서 신뢰 형성의 핵심 전략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대표의 등장까지 이어지는 경우 브랜드에 '진정성'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실어줄 수 있다”고 평가한다.
브랜드가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식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빠르고 자극적인 정보가 넘쳐나는 환경 속에서, 소비자와 '깊이 있게' 연결되는 콘텐츠 전략은 브랜드의 경쟁력 그 자체다.
'공감', '경험', '진정성'이라는 키워드는 단지 콘텐츠 스타일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소비자의 마음에 도달하고, 행동을 유도하는 핵심 커뮤니케이션 전략이자,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중요한 요소다.
박영락 한국인터넷소통협회 회장·더콘텐츠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