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보다 무서운 경쟁자? ‘진로’가 말하는 주류의 미래

2025-05-27

[마닐라=미디어펜 이미미 기자] 하이트진로가 필리핀 시장 진출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뜻밖의 경쟁 상대를 제시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지난 2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의 진정한 경쟁자는 오비맥주나 롯데칠성이 아니라, 넷플릭스, 해외여행, 스포츠 등 음주를 대체하는 다양한 경험들”이라고 강조했다.

김인규 대표의 말은 소주 시장의 미래를 단순한 매출 곡선이 아닌 ‘문화 경쟁의 장’으로 보겠다는 선언처럼 들렸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필리핀 현지의 소주 대중화 및 소비구조 변화와 함께 동남아시아 시장으로의 확장 전략이 소개됐다. 하지만 그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내용은 김 대표의 ‘문화적 경쟁자론’이다.

김 대표는 “한국 주류 시장이 고령화와 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매년 0.5~1%의 성장률 하락을 보이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술 대신 찾는 다른 경험과의 경쟁이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하이트진로는 이제 소비자의 시간을 두고 벌이는 경쟁에 뛰어들었다. 다양한 체험형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들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는 것이다.

회사는 ‘소주 원샷 챌린지’, ‘이슬라이브 페스티벌’, 현지 음식과의 페어링 콘텐츠 등 다양한 경험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최근 필리핀에서는 특히 K팝 팬 기반의 ‘Anything Kpop’ 행사와 연계해 젊은 세대의 일상 속에 진입했다.

‘Anything Kpop’ 행사는 K팝을 주제로 한 현지 커뮤니티 행사로, 진로는 이 행사를 통해 젊은 세대의 문화 경험 속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행사에서는 소주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이벤트와 K팝 굿즈 체험존 등이 마련된다. 진로소주가 Z세대와 밀레니얼층의 문화 체험 속으로 침투하는 핵심 채널로 활용되고 있다.

하이트진로 측은 “해당 행사를 통해 ‘소주 = 진로’라는 인식이 젊은 팬층에게도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으며, 단순한 브랜드 노출을 넘어 실제 음용으로 이어지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2016년 ‘소주 세계화’를 선언하고, 2023년엔 ‘소주의 대중화’, 올해는 ‘현지 일상화’ 전략에 돌입했다.

진로는 이미 필리핀에서 과일소주 중심의 시장에서 일반소주 중심으로 소비 구조가 전환되며 ‘일상화’ 단계로 들어섰다. 교민 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출량이 3.5배 증가하는 등 현지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특히 삼겹살 프랜차이즈 및 로컬 채널과의 협업을 통해 진로가 필리핀 소비자들의 일상 속에 더욱 밀접하게 자리 잡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필리핀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은 이제 주류 제조사 간의 경쟁이 아닌 소비자들이 술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를 찾고 이를 극복하는 싸움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제조사 간의 경쟁 시대는 지났다”며, “소비자들이 술 대신 찾는 다양한 문화적 경험과 경쟁하며, 브랜드를 경험 중심으로 재설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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