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국대학교는 고양시·한국동서비교문학학회와 공동으로 주최한 제24차 세계비교문학협회(ICLA) 총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고 밝혔다.
'비교문학과 기술(Comparative Literature and Technology)'을 주제로 열린 이번 총회는 지난달 28일부터 8월1일까지, 고양시 킨텍스(KINTEX)에서 진행됐다.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모인 학자, 작가, 문화 리더 20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문학과 기술, 기억과 미래를 잇는 세계적 지성의 장을 만들었다.
올해는 ICLA 창립 70주년을 기념하며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특별 강연 △5인의 세계 석학 기조강연 △한국문학 관련 특별강연 △4개의 특별세션(Special Sessions)이 진행했다.
장 르클레지오(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화상 강연을 통해 시인의 정체성과 번역의 본질을 탐구했다. 장 르클레지오는 “시인이란 고정된 자아가 아닌, 타인의 몸을 채우는 존재이며, 번역 또한 타자의 언어와 감각을 수용하는 창조적 행위”라고 강조하며 문학과 번역, 인간 이해의 깊이를 새롭게 조명하는 철학적 성찰을 공유했다.
윤재웅 동국대 총장은 △만해 한용운 △미당 서정주 △의상대사의 공통점을 중심으로 한국 문학의 특징을 설명했다. 한국문학의 정신성 역시 디지털 기술을 통해 세계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특히 그 핵심이 불교 화엄사상의 '상호연결성과 조화'에 있다고 말하며, “이 세 인물을 '불멸의 시인'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업을 국가 AI 정책 예산을 지원받아 시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5인의 비교문학과 세계문학 석학들의 기조강연이 이어졌다. 김우창 고려대 교수는 '삶의 진실과 문학의 변주'의 제목으로 문학은 현실과의 직접적 접촉을 통해 진실을 전달하며, 인간의 경험을 서사와 시를 통해 재현하는 고유한 방식임을 강조했다. 미국 세계문학연구소 소장 데이비드 댐로쉬 하버드대 교수는 “문자 체계는 문화 정체성의 핵심이며, 문학이 문자 갈등 속에서 치유와 저항의 역할을 해왔다”고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설명했다.
중국 윤리비평문학협회 회장 니에 젠자오 교수(중국 광동외국어대·절강대)는 문학의 본질적 기원을 설명하는 새로운 이론적 틀을 제시했다. 웬친 오우양 SOAS 런던대 교수는 '그림자극과 비교문학의 다언어적 방법론'으로 그림자극을 통해 문학, 기술, 예술이 얽히는 방식을 조명했다. 전 ICLA의 회장 산드라 버만 프린스턴대 교수는 다언어주의, 탈식민주의, AI 번역 등 현대 번역 이론의 흐름을 통해, 문학 연구의 윤리성과 상호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비교문학의 방향을 제시했다.
총회에서는 인공지능(AI) 시대의 문학적 상상력과 기록유산의 미래를 조명하는 4개의 특별세션(△UNESCO 세계기록유산 프로그램과의 협력과 MOU △AI와 문학의 윤리적 상상력: 기계와 공존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글로컬 출판 △ICLA 창립 70주년 기념 라운드테이블)을 마련했다. 기조강연에서 다뤘던 번역, 타자의 언어와 문자, 뇌텍스트, AI 번역 등 비교문학의 핵심 키워드에 관한 논의를 이어갔다.
김영민 조직위원장은 “이번 총회는 문학과 기술, 기억과 번역, 세계문학과 지역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지성의 교차로이자 문화적 상상력의 축제였다”면서 “동국대와 고양시,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 아래, 한국문학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고 인류 공동의 문학적 미래를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