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미의감성엽서] 시인이 개구리가 무섭다니

2025-11-04

엘리너 와크텔의 ‘인터뷰, 당신과 나의 희곡-세계적인 작가 15인을 만나다’를 읽고 있다. 15인의 작가 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도 있고, 새롭게 만나는 작가도 있다. 반은 알고, 반은 모른다가 맞을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건 며칠 전이지만 오늘은 셰이머스 히니 편을 읽는 중이다. 셰이머스 히니는 아일랜드인으로 1995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다. 그 당시 처음 접한 시편 중 ‘땅파기’를 처음 읽었을 때의 감동과 신선함은 지금도 여전히 내 가슴에 남아 있다. 자신은 농부인 선조들의 삽이나 쟁기 대신 펜(몽당연필)으로 땅(세상)을 파겠다는 각오가 담긴 위대한 시.

그런 시인이, 아일랜드에선 워낙 유명하고 애독자가 많아 ‘히니보퍼’라고 불린다는 그 덩치 큰 시인이, 그것도 대대로 땅을 파고 살아온 자랑스러운 농부의 아들인 시인이 개구리알을 무서워한다는 데에선 나도 모르게 웃음이 하하하! 터져 나왔다.

내가 작가(그림책 작가들을 포함)나 시인, 화가들의 인터뷰 글을 좋아하는 이유도 이런 사소한 것들을 알게 되는 기쁨 때문이다. 물론 최고 큰 이유는 작품에 대한 그들의 남다른 열정을 엿보고 그 매혹에 빠져드는 것이지만. 그래도 그들의 작고 사소한 트라우마 혹은 독특한 취향이나 습관, 목소리 톤 등은 심리적으로, 인간적으로 그들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에 나로선 일거양득인 셈이다. 때로는 그 때문에 내 삶에 크고 작은 지혜가 되기도 하니까.

셰이머스 히니도 마찬가지다. 제일 큰 선물은 그의 너무나 방대하고 걸작인 시편들이겠지만, 인간적으로도 무척 호감이 가는, 땅과 농기구처럼 정직한 사람이라는 점과 그 전통을 올곧게 이어받아 땅을 파고 일구듯 자신만의 시 세계를 전방위로 심화, 확장해 나갔다는 점이다. 마치 한발, 한발 무한을 향해 나아가듯.

그러면서도 자신이 쓴 모든 글에 대해, 그게 어떤 평가를 받든 혹은 나쁜 글이든 좋은 글이든 자신의 내면 깊이에서 저절로 우러나온 것이기에 다시 고치거나 없애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는 부분에선 자신만의 글쓰기에 대한 어떤 결기와 자부심이 느껴져 좋았다. 나는 작가들의 이런 고집이 참 좋다. 이건 자신만만한 것과는 다르다. 자신의 삶을 당당히, 성실하게 바라보고 사랑하겠다는 겸손한 믿음에서 나오는 말이다. 그래야만 자신의 삶 이상을, 그 너머에까지 나아갈 수 있으니까.

그런데 왜, 그런 그가 귀여운 개구리알들을 무서워하지? 무척 궁금했는데 그의 시 ‘자연주의자의 죽음’을 읽고는 아하! 이해되었다. 그가 무서워하는 개구리는 우리도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황소개구리였다. 만약 그게 우리나라 청개구리였다면 영원히 왜? 어떻게, 그 귀여운 개구리를?로 남았을 텐데. 황소개구리는 은유든 상징이든 상관없이 상상만으로도 다른 개구리에 비해 훨씬 더 징그럽고, 포악하고, 끔찍한 건 사실이니까!

김상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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