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권, 특별감찰관 임명 서두르길

2025-05-01

전직 대통령 두 명이 가족 문제 때문에 곤경에 처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인사 청탁 및 이권 개입 의혹과 관련해 사저를 압수수색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통일교 측이 2022년 김건희 여사 선물용으로 전씨에게 수천만 원 상당의 목걸이를 전달했는데, 이 목걸이가 실제로 김 여사에게 전달됐는지 검찰이 확인하는 절차였다.

개인적으로는 국법이 지엄한데 영부인이 그런 고가의 뇌물을 받았을 것이라곤 생각하기 어렵다. 배달 사고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렇지만 만에 하나 목걸이가 진짜로 김 여사에게 전달됐다고 해도 아주 놀라진 않을 것 같다. 목걸이나 명품 백이나 거기서 거기니까.

지난달 24일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 당했다. 전 사위 서모씨가 2018년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실소유주로 알려진 ‘타이이스타젯’에 취업해 2억여원의 급여ㆍ주거비를 받은 게 뇌물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서씨 취업에 관여한 게 없다고 반발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 때 이 전 의원이 김정숙 여사와 각별한 사이라는 소문은 파다했다. 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두고 봐야 한다.

가족 때문에 궁지에 몰렸던 대통령은 두 사람만이 아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말에 총애하던 차남이 구속 당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세 아들이 모두 기소돼 유죄를 받는 참사를 겪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77세의 고령인 친형이 구속되는 걸 속수무책으로 지켜봤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인 권양숙 여사가 검찰 수사를 받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친족처럼 지냈던 최순실씨의 허튼 짓 때문에 정권이 어이없이 무너졌다.

윤석열ㆍ문재인 가족 문제로 곤경

매번 ‘나는 다르겠지’ 하다가 비극

특별감찰관 9년 공석 이젠 끝내야

매번 대통령이 취임할 때마다 ‘나는 다르겠지’라며 철저한 주변 관리를 자신하지만 결국 비극으로 끝나는 이유가 뭘까. 제아무리 대통령의 최측근이나 정권 실세라도 가족 문제만큼은 개입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굳이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내 가족은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남들이 내 가족 문제에 왈가왈부하는 건 심리적으로 수용하기가 어렵다. 어쩌다 한번 가족에 대해 쓴소리가 담긴 보고가 올라가도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면 다음부터 그런 보고는 중단된다. 대통령은 갈수록 가족 문제의 진상과 심각성을 모르게 되고, 관련 사건이 터져도 야당과 언론의 왜곡으로 굳게 믿고 방치하게 된다. 그러다 임기 말에 후회하지만 이미 둑이 터진 뒤다.

그래서 가족 문제를 대통령 개인의 판단에만 맡기는 건 매우 위험하며 시스템에 의한 보완책이 꼭 필요한데, 놀랍게도 이미 그런 제도가 도입돼 있다. 바로 특별감찰관이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과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의 비위를 감찰하는 차관급 직위다. 하지만 2016년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사직한 이후 무려 9년째 자리가 비어 있다. 제도가 없어진 게 아니다. 엄연히 특별감찰관법이란 법률은 살아 있다. 사무실 임차료 등으로 매년 10억원에 가까운 예산도 배정된다. 그런데도 9년째 공석이란 게 말이 되나.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특별감찰관을 철저히 무시한 채 넘어갔고, 윤 전 대통령도 후보 시절엔 특별감찰관 부활을 약속해 놓고 취임한 뒤 입을 씻었다. 두 사람이 특별감찰관을 임명했더라면 지금 가족 문제로 고생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정권의 운명 자체가 달라졌을지 모른다.

물론 대통령 입장에선 특별감찰관은 불편한 존재다. 그래서 임명을 안 했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 그런 성가신 가시를 박아 놔야 권력의 자정과 절제가 가능해진다. 다음 달 취임할 새 대통령은 윤ㆍ문 전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아 특별감찰관 임명을 서두르길 기대한다. 새 대통령도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특별감찰관 임명을 질질 끌면 그 정권도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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