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30일 서울 서초동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아크로비스타 사저와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캄보디아에서 활동한 통일교 고위 인사 윤모씨가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씨에게 전달했다고 알려진 6000만원 상당 다이아 목걸이와 명품가방 등의 행방을 쫓고 있다. 전씨와 통일교, 김건희씨를 둘러싼 의혹은 한 편의 범죄 영화를 방불케 한다. 전씨 자택에서 한국은행 관봉이 있는 출처 불명의 돈다발이 발견되고, 통일교 인사 윤씨가 김건희씨에게 뇌물성 금품을 전달했다는 정황에 이어, 윤석열 정부가 올해 ‘민간협력 전대차관’이라는 형식으로 648억5000만원의 캄보디아 지원 예산을 편성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민간협력 전대차관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 제공하는 차관 중 하나다. 특정 사업에 자금을 직접 지원하는 일반적인 공적개발원조(ODA)와 달리, 현지 실정에 맞게 쓰라는 의미여서 사업의 구체적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1987년부터 2022년까지 단 한 차례 있었고, 그것도 3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종합하면 통일교 측 로비는 대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2022년 11월 캄보디아를 방문한 김건희씨가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아이와 사진 찍으며 배우 오드리 헵번 코스프레를 한 것과도 아귀가 들어맞는다. 도대체 전씨는 윤석열 부부와 어떤 관계인가. 기획재정부와 외교부는 무슨 근거로 이런 이례적인 결정에 동의한 것인가.
검찰의 압수수색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윤석열이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지 26일, 한남동 관저에서 퇴거한 지 19일이 지났다. ‘법꾸라지’ 윤석열의 그간 행태로 봤을 때 증거가 조작되거나 인멸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검찰의 늑장 압수수색이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에게 범죄 은폐 기회를 주기 위한 것 아닌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윤석열 부부의 비리는 이뿐이 아니다. 사안마다 범죄 증거도 차고 넘치지만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와의 유착은 이미 만천하에 알려졌다. 삼부토건·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과 관련한 의혹도 있다. 장르를 초월해 문어발식으로 이뤄진 윤석열·김건희의 권력형 비리는 결국 특검을 통해 규명할 수밖에 없다. 검찰은 이날 진행된 압수수색도 향후 특검 대상이라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