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세트·카메라' 없는 AI 영화, 상업적 가능성 보인다

2025-06-05

[비즈한국] 감독만 있고 배우·세트·카메라는 없는 인공지능(AI) 영화가 상영관에 걸리고 있다. AI가 연출 보조 도구를 넘어 전 공정에 참여하는 수준이다. CGV는 국내 멀티플렉스 중 AI 영화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배우 초상권을 합법적으로 활용한 AI 영화 ‘나야, 문희’를 지난해 말 단독 개봉한 데 이어 최근에는 자체 공모전을 열고 AI 영화​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아직 실험적인 단계지만 AI 영화의 상업적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평가다.

AI 영화는 제작비와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극강의 효율성으로 주목 받는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기술력부터 몰입도까지 한계가 분명하다. 제작 전 과정에 스며든 AI는 영화 산업을 어떻게 바꿀까.

#시나리오 쓰는 AI, AI가 영화를 제작하다

CGV는 극장가 최초로 AI 영화 공모전을 열고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CGV AI 영화 공모전’ 시상식을 개최했다. 정종민 CGV 대표이사는 “현재 기술력으로 얼마나 완성도 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확인하고자 한다. AI 기술의 진화와 변화 가능성을 살펴보는 자​리”라며 “출품된 작품 수나 완성도, 스토리텔링 모두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고 설명했다.

제작자들의 후일담에서 AI 기술의 경쟁력이 잘 드러난다. CJ ENM 특별상을 받은 ‘페이퍼월드’의 김윤각 감독은 “사실 이 작품은 대학을 다닐 때 기획한 작품이다. 당시에 3D로 종이 이미지를 구현하려고 했지만 굉장히 어려웠다. 애니메이션 느낌을 잡기도 쉽지 않았는데 AI를 통해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생성형 AI는 영상 제작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비용과 인력, 기술, 시공간의 제약으로 상상에만 머물렀던 기획안들을 실현 가능한 결과물로 바꾸고 있다.​ ‘The Wrong Vistor’로 대상을 수상한 현해리 감독은 “AI라는 툴을 통해 개념이 실체가 되고 콘텐츠가 되고, 영화관에서 상영할 있는 작품이 됐다”며 “AI 영화의 본질은 ‘필름 위드 AI(Film with AI)’라고 생각한다. AI라는 툴을 통해 신진 창작자들이 스크린을 두드려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배우의 젊은 시절을 구현하는 ‘디에이징’ 기술은 할리우드에서도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고, 지난 1월 개봉한 ‘동화지만 청불입니다’에서도 배우의 젊은 시절이 AI로 구현됐다.​

과거에는 주로 후반 작업에서 시각 효과 보정이나 색 보정 같은 보조 역할에 국한됐다면 최근에는 각본 작성, 연출, 촬영 등 전반적인 과정에서 AI가 활용된다. 고가의 장비나 전문 인력이 필수였던 기존 영화 제작과 달리 적게는 수십 만 원의 예산으로 완결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다.

영화계 관계자는 “기존의 특수효과는 소위 ‘노가다’였다. AI는 이보다 굉장히 빠르고, 제작비도 적게 든다”며 “영화 제작 분야에 이미 많이 들어와 있기도 하고, 혁신적인 성격이 있다 보니 현장에서는 AI에 대한 관심도가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최근 구글이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공개한 동영상 생성 모델 ‘비오(Veo) 3’ 등 생성형 AI 영상 기술은 급속히 고도화되고 있다. 비오 3는 텍스트로 동영상을 생성할 수 있는 모델이다. 전작 대비 실제 물리법칙과 프롬프트를 더 정교하게 반영하는 것은 물론, 영상 AI 최초로 대화 등 소리까지 포함한 영상 구현이 가능해졌다. 함께 공개된 AI 영화 제작용 ‘플로(Flow)’는 이 비오와 이미지 생성 모델 ‘이마젠’ 등을 통합한 툴이다. AI가 텍스트만 입력해도 시나리오에 맞는 영상 클립이 자동 생성되는 기술로 진화하면서 AI 영화는 기술 실험 단계를 넘어 상업 콘텐츠로 빠르게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제작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개봉한 공포 영화 ‘원정빌라’는 후반 작업의 20~30%를 AI를 통해 자동화함으로써 전체 제작비의 약 30% 절감했다. 우수상 수상작 ‘피노키오: 비긴즈’에 시나리오 작가로 참여한 강다빈 에디터는 “영화 전문가도 영상 전문가도, AI에 그렇게 깊은 조예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며 “대학생이라 돈이 없어 20만 원으로 만들어낸 영화지만 그 과정을 오히려 가치 있게 생각한다”고 했다.

#‘급성장’ AI 영화, 퀄리티 한계·현장 조화 숙제​

공모전 수상작 5편과 본선 진출작 4편은 올여름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특별 상영된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AI 영화는 극장에 진입하고 있다. 배우 나문희의 디지털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만든 영화 ‘나야, 문희’는 지난해 말 CGV에서 정식 상영됐다. 20대의 젊은 모습부터 산타, 우주인으로 분한 모습을 통해 배우의 활동 영역을 확장시킨 이 영화는 배우 초상권을 합법적으로 활용한 시도로 이목을 끌었다.

다만 아직은 부족한 기술력과 부자연스러운 이미지, 연결성 등은 몰입을 방해하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목된다. 10~20분 길이의 공모전 수상작 역시 컷마다 등장인물의 디테일이 조금씩 다르거나 왜곡이 있었고 어색한 동작, 매끄럽지 못한 화면 등으로 일반 영화에 비해 완성도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CGV 관계자는 AI 영화와 접점을 확대하는 배경에 대해 “극장 콘텐츠를 다양화하기 위한 맥락에서 AI 영화 공모전 등을 진행했다. 단순한 상영 플랫폼에서 나아가​, AI 기술이 영화 창작의 한 경향이 되고 있는 변화의 초기 단계부터 창작자들과 산업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기 위한 취지”라고 전했다.

영화 산업은 AI 기술 도입으로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제작 현장부터 배급, 유통 전반에 걸친 변화가 진행 중이다. 소셜미디어와 스트리밍 데이터 분석 등을 기반으로 특정 영화가 어떤 조건에서 더 높은 흥행 가능성이 있는지를 예측하는 데에도 AI가 활용된다. 이하영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운영위원은 “비용 절감, 아이디어의 한계 재설정 등 새로운 패러다임은 올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라 촬영 현장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AI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외연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마켓어스에 따르면 글로벌 AI 영화 시장 규모는 2024년 18억 달러에서 2033년 약 141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25.7%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운영위원장은 “여러 제약을 줄이는 기술로써는 긍정적이나 도입 과정에서 기존의 인력과의 균형을 맞추는 것 역시 중요하다. 특히 시나리오 영역 등 인간 창의력 영역까지 대체가능하다는 점에서 AI 제작 여부를 구분하는 등 최소한의 합의점이 마련돼야 한다”고 짚었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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