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 사망한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들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 위한 행사 참석”…반유대주의 공포 확산

2025-05-23

미국 워싱턴에서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들이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이 벌어진 후 수사당국이 이를 반유대주의에 의한 ‘혐오범죄’로 규정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지상작전을 확대한 가운데 반유대주의 폭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미국 검찰은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2명에 총을 쏴 숨지게 한 일라이어스 로드리게스(30)를 1급 살인 혐의, 외국 공무원 살해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로드리게스는 지난 21일 워싱턴에 있는 ‘수도 유대인 박물관’ 인근에서 이스라엘 대사관의 남녀 직원 각 1명에 총을 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로드리게스는 범행 후 체포 전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고 외쳤다. 해당 박물관에서는 유대인 단체 미국유대인위원회(AJC)가 주최한 피해자들은 이 행사에 참석한 후 박물관에서 나오던 길이었다.

숨진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사라 밀그림(26)과 야론 리신스키(30)는 약혼을 앞두고 있던 커플로 알려졌다. 이들이 사고 당일 참여한 행사는 가자지구 등 전쟁으로 파괴된 지역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여러 종교 단체들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밀그림의 아버지는 CBS 뉴스에 자신의 딸이 이스라엘에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단체와 함께 협력하는 활동을 해왔다고 밝혔다.

피의자 로드리게스는 평소 친팔레스타인 활동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로드리게스의 집으로 추정되는 시카고의 한 아파트의 창문에는 팔레스타인과 관련한 손팻말들이 놓여있었다. 그의 집 창문에는 2023년 미국 시카고에서 무슬림 혐오범죄로 살해당한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어린이의 사진 등도 붙어있었다. 로드리게스의 것으로 추정되는 X(옛 트위터) 계정에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인에게 잔혹 행위를 한 것에 관한 비판과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 중단을 위해서는 무력 행동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올라와있었다. 로드리게스는 현장에서 경찰에 자백하며 “팔레스타인을 위해, 가자지구를 위해 그렇게 했다”고 진술했다.

수사 당국은 이 사건을 반유대주의에 기반한 혐오 범죄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워싱턴 연방검사장 제닌 피로는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을 증오 범죄이자 테러 범죄로 수사할 것”이라고 밝히며 로드리게스에 추가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이 사건을 “테러 행위이자 반유대주의적 폭력”이라고 규정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개시한 2023년 10월 이후 유대인을 향한 범죄는 전세계적으로 급증했다. 텔아비브대학교의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2024년 1570건의 반유대주의 관련 사건이 벌어졌는데, 이는 2022년 대비 260% 증가한 수치다. 런던의 유대인 비영리단체 커뮤니티 시큐리티 트러스트의 조사에 따르면 영국에서 2024년 반유대주의 관련 사건은 2024년 3528건으로 2년 전보다 112% 증가했다.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는 칼을 든 한 남성이 런던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에 들어가려다 체포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발터 라이히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NYT에 “가자지구의 갈등이 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 이후 수십년 동안 억제되어 있던 유대인에 대한 역사적인 혐오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미국 내 반유대주의 사건과 정서가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유대인들의 삶은 결코 예전같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치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이스라엘 시위에 참여한 외국인 유학생들을 체포 및 추방하는 노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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