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어 내년엔 '클래식 본향' 유럽 진출"

2025-11-20

“올해 북미의 최고 공연장인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공연을 성공리에 마쳤고 내년에는 유럽 ‘꿈의 무대’로 꼽히는 네덜란드의 콘세르트헤바우로 갑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더 이상 아시아 변방의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주요 해외 공연장이나 행사에서 섭외 및 협연 대상 리스트에 들어가 있는 악단이 됐습니다.”

최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사무실에서 만난 정재왈 서울시향 대표는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해 10월 말 취임해 이제 갓 임기 1년을 넘겼다. 그는 올해 초 간담회에서 “10년 뒤 베를린 필하모닉과 경쟁하겠다”는 깜짝 선언을 하며 화제를 모았다. 정 사장은 짧은 시간에 눈에 띄게 달라지는 서울시향의 위상을 보면서 “허무맹랑한 희망 사항이 아니다”라고 스스로도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근거가 지난달 미국 순회 공연이다. 서울시향은 지난달 뉴욕 카네기홀과 오클라호마 맥나이트센터에서 총 5일간의 공연을 성공리에 마치고 돌아왔다. “과거 한국 연주 단체들이 해외에서 공연장을 빌리고 초대권을 뿌려서 공연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번엔 뉴욕 카네키홀에서 기획한 공연에 초대를 받아 무대에 섰죠. 관객의 90% 이상이 현지 유료 관객이었습니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맥나이트센터에서는 정액의 공연료를 받았고 뉴욕 카네기홀의 경우 표 판매 수익의 일정 부분을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구체적인 금액을 밝힐 수는 없지만 공연료 단가도 점점 올라가고 있다고 정 사장은 설명했다.

공연에 대해 호평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정 사장은 오히려 이를 반겼다. 그는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유력 매체에서 좋은 평가와 지적 사항이 모두 있었다”며 “서울시향의 공연이 회자되고 현지 전문가들의 평가 대상이 됐다는 것 자체가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과거엔 공연장 빌려 초대권 뿌려서 해외 공연, 이제는 공연료 받고 무대”

내년에는 클래식의 본고장인 유럽 무대로 진출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콘세르트헤바우는 최고의 음향을 자랑하는 공연장으로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들의 주 무대다. 최근 내한 공연으로 주목을 받은 세계 3대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가 상주 단체로 있다. 서울시향은 2022년 이곳에서 한번 공연한 적이 있으나 단발성 공연에 그쳤다. 서울시향은 내년 공연을 발판으로 이듬해에는 유럽의 유수 클래식 페스티벌 무대에 선다는 ‘큰 그림’ 아래 움직이고 있다.

사실 서울시향은 내홍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약 10년 간의 침체기를 겪었다. 세계 정상급 거장이자 오케스트라 조련사로 정평이 난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이 지난해 초 부임하며 재도약을 위한 시동을 거는 중에 정 사장이 취임했다. 그는 “그동안 끊어졌던 해외와의 접점을 회복시키는 데 주력할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는 단원 충원, 프로그램 다양화 등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단원들의 실력, 음악감독의 명성, 경영 지원의 삼박자가 맞물리면서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서울시향에서 부족하다고 지적돼 왔던 관악 파트를 중심으로 인력을 꾸준히 보강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오보에, 트럼펫, 팀파니 등 3명을, 올해는 플루트, 호른, 더블베이스, 비올라 연주자 4명을 채용했다.

“아시아 변방의 오케스트라 아니다…도약하려면 ‘전용홀’ 필수적”

연주 프로그램 선정 역시 정 사장이 각별히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물론 츠베덴 감독이 주도하지만 긴밀히 상의해서 최종 결정한다. 정 사장은 “결국 손님을 더 많이 모으고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밥상의 메뉴를 잘 차려야 하는데, 악단에게는 프로그램이 그런 요소”라며 “내년에는 유명 지휘자나 연주자와의 협연뿐 아니라 단원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실내악 프로그램도 시작한다”고 소개했다. 올해 말러 교향곡 2번과 7번에 이어 내년에는 4번과 6번을 연주하고 모차르트 주간, 체임버 클래식스 등의 다양한 시도를 이어간다. 그는 “2027년은 베토벤 서거 200주년이다. 이를 위해 베토벤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 준비도 벌써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정 사장은 서울시향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디딤돌로 전용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해외 악단들과 ‘맞짱’을 뜨기 위해서는 물적 기반도 중요한데 그것이 바로 전용홀”이라며 “세계적인 단체 치고 전용홀이 없는 곳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문화 수준 향상과 함께 클래식이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의 일부가 됐다”며 “서울시향이 한국의 문화 수준을 대표하는 단체 중 하나로서 세계적인 단체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전용홀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