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릎 연골이 마모되는 퇴행성 변화에 주로 영향을 받는다고 여겨진 무릎 골관절염에서 환자의 개인별 특성에 따라 진행 양상이 달라짐을 밝혀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이용석 교수 연구팀은 환자별 특성에 따른 무릎 골관절염 진행 기전을 분석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포트폴리오 저널 디지털의학(NPJ Digital Medicine)’에 게재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진은 2003~2017년 무릎 통증으로 내원한 환자 7만9000여명의 데이터 중 5년 이상 추적 관찰이 가능하면서 골관절염의 진행 패턴을 확인할 수 있는 833개의 무릎 X선 영상과 임상 정보를 분석했다.
그동안 무릎 골관절염은 주로 무릎 연골이 점차 마모되면서 생기는 질환으로 이해돼 왔지만, 최근 들어 염증이나 뼈 강도의 변화 등 복합적인 기전이 작용한다는 점이 밝혀지고 있다. 여기에는 관절 주변의 뼈가 비정상적으로 웃자라 튀어나오는 골극이 생기거나, 관절 사이 간격이 좁아지는 문제, O자형 다리가 되는 하지 정렬 이상 등 구조적 요인이 포함된다. 또한 나이·골밀도·대사질환 같은 환자의 기본 상태에 따라서도 골관절염이 나타나는 시기와 부위, 진행 양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동일한 치료법을 적용하는 기존의 방식은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인공지능(AI) 기계학습 기법을 활용해 환자들을 주요 특성에 따라 구분하고 각각의 유형마다 진행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무릎 골관절염의 진행 양상은 환자 개인의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골밀도가 낮은 환자는 뼈의 지지력이 약해 무릎 전반으로 골관절염이 퍼지고, 주로 관절 간격이 좁아지는 형태로 진행했다. 반대로 골밀도가 높은 환자는 부하가 집중되는 특정 부위에 관절염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고, 이 과정에서 다리 모양의 변형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젊은 환자라도 고혈압·당뇨병 등 대사질환이 있으면 관절 주변으로 혈류 공급이 줄어 염증 반응이 심해지면서 무릎 전반에 골극이 많이 생기는 형태로 진행하는 양상이 확인됐다.
외래 진료를 통해서도 쉽게 검사할 수 있는 X선 검사 결과나 환자별 특성을 반영한 이 인공지능 모델의 질환 진행 예측 정확도는 최대 0.94점(1점 만점)을 기록하며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기존의 단순 통계 방식(0.87점)보다 성능이 뛰어났다. 더 나아가 연구진은 ‘샤플리 가산 설명법(SHAP)’이란 방식으로 각 환자의 특성이 골관절염 진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수치와 함께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 환자별 맞춤 관리 전략을 세우는 등 다각도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이용석 교수는 “골밀도가 낮은 환자는 비록 골관절염이지만 골다공증 치료를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골밀도가 높은 환자는 하지 정렬 및 연골에 대한 치료에 초점을 맞추는 식”이라며 “대사질환이 있는 환자는 대사질환 치료 및 염증 관리에 집중하는 등 차별화된 치료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