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과 관련해 인도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가운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미국과의 무역 협상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 된 농업 분야에서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7일(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이날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행사에서 "우리는 농민의 복지가 최우선"이라며 "인도는 농민과 유제품 산업, 어민 복지를 두고 결코 타협하지 않을 것" 강조했다.
모디 총리는 이어 "개인적으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을 알고 있지만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모디 총리의 이날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문제 삼으며 25%의 상호 관세에 더해 25%의 보복성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인도산 수입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 정부가 현재 러시아 연방의 석유(원유와 각종 석유 제품 포괄)를 직간접적으로 수입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며 "관련 법률에 따라 미국 영토로 수입되는 인도 물품에는 25%의 추가 관세율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징벌적 추가 관세는 3주 후 발효되며, 이에 따라 미국의 인도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은 50%로 높아지게 됐다. 미국의 모든 교역 상대국에 부과된 관세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모디 총리가 미국이나 무역 협상과 관련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양국 협상의 주요 쟁점인 농산물과 유제품 분야에서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도에서는 전체 인구의 42%가 농업 분야에 종사하고 있고, 농민은 모디 정부의 핵심 지지층이다. 미국의 요구에 따라 미국산 농산물과 유제품 등에 부과하는 관세를 대폭 낮추면 농민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고, 모디 총리의 지지 기반이 약화할 수 있다.
인도 외교부의 다무 라비 경제 관계 담당 차관보는 "미국의 관세 인상은 논리적으로 근거가 부족하다"며 "일시적 문제이고 시간이 지나면 세계가 해결책을 찾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지난 4월 인도에 26%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후 양국은 5차례에 걸쳐 협상을 벌였으나 인도의 유제품 및 농업 시장 개방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최종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인도에 대한 미국의 상호 관세율은 25%로 조정됐다.
이러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무력 충돌한 인도와 파키스탄이 휴전하는 데 자신이 "중재 역할"을 했다고 거듭 강조한 것이 미국에 대한 불만을 심화시켰다.
이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가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를 관세의 표적으로 삼으며 미국과 인도 간 관계가 20여 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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