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이 1일 세계 최초로 스테이블코인 조례를 실시했다. 중국 금융당국은 홍콩의 실험을 지켜보며 스테이블코인 도입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했다.
홍콩금융관리국(HKMA)에 따르면 홍콩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한 관리·감독 등의 규제를 담은 ‘스테이블코인 조례’가 이달 1일 시행됐다. 조례에 따르면 당국으로부터 라이선스(면허)를 발급받은 기업은 홍콩 달러에 가치를 고정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다.
HKMA은 스테이블코인 라이선스 발급을 원하는 기업은 오는 9월 30일까지 신청하라고 예고했다. 중국 대표 핀테크 기업 알리바바를 포함해 50개 넘는 기업이 신청했다고 알려졌다. 홍콩 당국은 과열을 막기 위해 소수의 기업에만 라이선스를 발급할 계획이다. 1차 발급 시기도 2026년 초로 예정돼 있다.
홍콩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는 중국의 ‘실험실’로서도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2017년 본토 내 가상통화 거래를 전면 금지했지만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위안화에는 일찍부터 관심을 보여 왔다. 국경 간 결제에서 디지털 위안화 결제를 늘려 달러 중심의 국제금융질서에서 벗어난다는 구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스테이블코인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 원사인 리양 국가금융개발연구소장은 올해 초 “스테이블코인, 암호화폐(가상화페), 그리고 기존 금융 시스템 간의 통합 추세는 되돌리기 어려울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공개 제안했다.
미·중경쟁 차원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이 이미 스테이블코인 주도권을 장악했다며 중국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위안화를 통한 위안화 국제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견해도 맞서고 있다고 전해진다.
중국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현재 신중론이 우세하다고 전해진다. 판궁성 인민은행 총재는 지난 6월 상하이에서 열린 포럼에서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으로 금융 관리·감독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공개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언급해 주목받았지만 이 발언은 관계 당국이 ‘관리·감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법안인 ‘지니어스 법안’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18일 서명하자 신화통신은 ‘안정화폐(스테이블코인의 중국어 번역)는 정말 안정한가?’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신화통신은 웹사이트 글로벌 파이낸셜 오피서를 인용해 “스테이블코인의 80%가 미국 국채에 배정돼 있다”고 지적하며 “소수의 암호화폐 발행사가 보유한 미국 국채의 대량 편중이 새로운 시스템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 매체들은 최근 스테이블코인이 미국의 금융지배력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의견에 주목하고 있다. 위르겐 샤프 유럽중앙은행(ECB) 고문이 최근 “미국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의 부상은 유럽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통제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한 발언은 2일 시나 파이낸스를 비롯해 중국의 여러 매체에서 중요하게 소개됐다.
차이신주간은 ‘스테이블코인 열풍이 가라앉고 있다’는 이번주 표지기사에서 7월 말 중국 주요 금융당국 간 가상화폐 및 스테이블 코인 개발 동향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며 여러 주요 금융 규제 당국이 신중한 접근방식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서두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 제대로된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당국과 금융권 관계자들의 공통 견해로 전해진다. 스테이블코인을 지지하는 고위 금융계 인사조차 “스테이블코인이라는 개념이 너무 뜨겁다”며 “추세를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 말했다고 차이신주간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