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면서도 보는 게 막장 드라마다. 그 인기 비결 하나가 황당하기 짝이 없는 비현실적 인물의 악행을 보면서 ‘나는 저 정도로 망가지지는 않았다’고 도덕적 우월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대로 우리가 사는 시대상이나 부조리한 현실을 투영해 사회적 공감을 일으키는 드라마는 호평을 받으며 화제작이 되기도 한다.
2019년 JTBC에서 방영된 <스카이 캐슬>이 대표적이다. 고급 주택 단지에 사는 부모들의 대학 입시 집착과 그걸 숙주로 하는 사교육의 작동 시스템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시청률을 올렸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입시 코디네이터, 새벽 2시가 넘도록 유명 학원으로 내몰리는 아이들, 어린 그들을 기다리며 늘어선 고급 세단을 보면서 ‘계층 이동 사다리’라고 여겼던 교육이 부의 대물림 수단이 됐다는 문제의식도 높아졌다. 드라마를 집필한 유현미 작가는 “자식을 명문대에 보내고픈 부모의 욕망은 어떤 욕망보다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아주 생생한 욕망이기 때문에 입시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공감을 받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이 드라마 성공 이후 사교육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도 많아졌다. 연간 30조원에 이르는 사교육비와 홍수처럼 넘치는 교육 정보 속에 “부모의 교육 고민 해결”을 기획의도로 내세웠다. 하지만 문제도 많아지고 있다.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tvN <일타맘>, 채널A <티처스2> 같은 교육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사교육을 ‘상위 1% 교육법’이니 ‘고민 해결사’로 내세우며, 고가 사교육을 보편적이거나 가성비가 높다고 포장하고 있다고 한다. 프로그램을 본 부모들이 ‘7세 고시’가 당연하게 느껴지고, 국제학교 한 학기 수업료로 5000만원을 지출했다는 이야기에 위화감을 느꼈다는 하소연도 빈번하다.
미디어가 사교육 세계를 부각시킬수록 공교육 신뢰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선 부모가 원하는 대입 결과를 위해 아동의 권리를 무시하는 걸 미화하고, 학벌주의와 직업 간 차별을 조장하고, 특정 사교육업체를 홍보한다는 모니터링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귀족 학교나 입시 컨설팅을 그리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부모들의 욕망과 두려움을 자극하고 있는 건 아닌지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