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 농구’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는 11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선 홈팀의 뜨거운 열기가 돋보였다. 한때 꼴찌까지 추락하는 암흑기를 견뎌낸 창원 LG가 창단 첫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단 1승만 남기자 4차전 현장 티켓을 구하려는 팬들이 전날 밤부터 긴 줄을 늘어섰다.
이날 경기는 8시 오후 3시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단 2분 만에 매진된 터였다. 관중석이 LG를 상징하는 노란색으로 물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날 관중석을 열광하게 만든 것은 홈팀 LG가 아닌 원정팀 서울 SK였다. “새로운 역사를 다시 쓰는 날”이라고 강조했던 전희철 SK 감독의 독려가 선수들을 일깨웠다.
챔피언결정전 1~3차전을 모두 패배해 궁지에 몰렸던 SK는 이날 LG를 73-48로 눌렀다. LG의 48점은 챔피언결정전 최소 득점 신기록(종전 2011년 전주 KCC 54점)이라는 점에서 전례가 없는 챔피언결정전 역전 우승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SK는 역대 최소인 46경기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한 최강팀이다. SK는 한 수 아래로 여겼던 LG와 챔피언결정전에선 3경기를 모두 내주면서 위기에 몰렸다. SK의 장기인 속공이 틀어막히고, 돌파구가 되어야 하는 외곽슛까지 터지지 않는 게 문제였다.
특히 3점슛 성공률은 챔피언결정전에서만 23.7%까지 떨어지면서 한숨을 짓게 만들었는데 이날은 달랐다. 김선형(15점)과 안영준(13점), 오세근(11점)이 경기 초반부터 정교한 3점슛을 쏘아올리더니 김형빈(8점)까지 고비마다 외곽에서 힘을 보태면서 주도권을 잡았다. 1쿼터를 26-7로 앞서면서 기세를 올린 SK는 전반 한때 점수차를 23점으로 벌리며 신바람을 냈다.
SK가 수비 범위를 넓히면서 LG의 공격을 틀어막은 게 주효했다. 챔피언결정전 해결사였던 칼 타마요(7점)가 처음으로 한 자릿수 득점에 묶였다. SK가 전반 단 1개의 실책도 저지르지 않은 반면 LG는 6개를 기록해 힘이 더욱 빠졌다.
SK도 위기는 있었다. 실수 하나 없었던 말끔한 경기 운영이 3쿼터 들어 무너졌다. LG 아셈 마레이(10점)의 끈질긴 수비에 공격이 꼬이면서 47-33까지 추격을 자초했다. 체력이 소진된 마레이가 야투(29%)와 자유투(50%) 모두 저조한 성공률로 추격의 동력을 잃은 게 다행이었다. SK는 김선형과 오세근의 잇단 3점슛으로 다시 점수를 벌리며 3쿼터를 56-33으로 앞선 채 마쳤다. SK는 4쿼터 들어 김선형과 자밀 워니(14점)의 속공까지 살아나면서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SK는 13일 안방으로 무대를 옮겨 LG와 5차전에 나선다.
전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홈에서 열린 2경기를 모두 지고 내려왔다. 홈팬들에게 최소 한 번은 승리를 보여드리고 싶다. 6~7차전은 잊고 5차전만 생각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