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등교 교권 침해 21% 증가, 이러니 교사들 떠나는 것

2025-05-13

교원의 교육활동 침해에 대응하는 교권보호위원회가 지난해 4234건 개최됐다고 어제 교육부가 밝혔다. 전체 개최 건수는 2020년 이후 4년 만에 줄었지만, 2022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늘었고 특히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증가세를 이어갔다. 유치원이 5건에서 23건, 초등학교는 583건에서 704건으로 늘어난 것은 교권 침해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교육활동 침해 유형은 ‘정당한 생활지도에 불응해 의도적으로 교육활동 방해’(29.3%), ‘모욕·명예훼손’(24.6%), ‘상해·폭행’(12.2%), ‘성적 굴욕감·혐오감’(7.7%), ‘영상 무단 합성·배포’(2.9%) 순으로 많았다.

이번 조사는 재작년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으로 드러난 교권 침해의 현실이 지난해 ‘교권 보호 4법’이 시행됐음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 지난달에도 서울 양천구에선 고3 학생이 수업 중 휴대전화 게임을 하다가 이를 말리던 교사 얼굴을 때리는 영상이 SNS에 올라와 충격을 준 바 있다. 청주에선 특수교육 대상 고교생이 흉기 난동을 부려 교사들이 다쳤다.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당국이 대책을 내놓지만, 교육 현장에선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스승의 날을 앞두고 전국 교원 55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교사 90%가 “저연차 교사의 이탈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교권 침해’가 꼽혔다. 교사들의 사기 저하와 무력감이 묻어난다. 2023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퇴직한 10년 차 미만 초·중·고 교사는 576명으로, 최근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렇다 보니 교사에 대한 인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올해 전국 교대 수시 합격선이 내신 6, 7등급까지, 정시 합격선이 4등급까지 내려간 건 이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교권 침해 심화, 저연차 교사 이탈, 교사 지원자 감소 등 악순환이 이어지면 공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2, 2023년 진행한 2주기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에서 국가별 교원 능력 자료를 별도로 분석한 결과 한국 교원의 언어능력, 수리력, 적응적 문제 해결력은 16개국 가운데 각각 9위, 10위, 12위에 그쳤다. 교원 직업 만족도도 12위였다. 국가 경쟁력 저하가 우려스럽다. 교육당국은 보다 실효성 있는 교권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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